정부가 지난 1월 예비 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 상당수가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지적하며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역별로 철로와 도로 사업을 허용하는 '선심성' 예타 면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예타 면제 발표 8개월 만에 사업비가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0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23개 사업 가운데 17개 사업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마쳤다. 적정성 검토는 사업 시행을 전제로 비용 산정이 적절한지, 대안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 예산 편성 등에 반영하는 절차이다. 검토 결과, 17개 사업 중 12개 사업(전체의 70.6%)의 비용이 늘었다. 올 초 발표 당시엔 17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총 19조8252억원이었는데 1조36억원(5.1%) 늘어난 20조8288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비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업은 '평택-오송 복복선(複複線)화'로 3조904억원에서 3조4477억원으로 3573억원(증가율 11.6%)이 늘었다. 다음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인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로, 소요 비용이 4조6562억원에서 4조9874억원이 됐다. 3312억원(7.1%)이나 늘었다.

증가 비율로 보면 '울산 외곽순환도로'(23.6%)와 '세종-청주 고속도로'(21.4%) 사업비가 가장 많이 늘었다. 정부는 사업비가 늘어난 주요 요인으로 '물가 인상'과 '용지 보상비 증가' 등을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업비를 처음 산정했을 때보다 물가가 오른 부분을 반영했다"며 "공시지가가 상향 조정되면서 토지 보상비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러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SOC 사업 특성상 비용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에 얼마나 많은 혈세가 들어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예타 면제 후라도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