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중인 LCD 라인 초기 전환 투자 금액은 2조~3조원 전망
추가 전환·신규 투자분 5~7년에 걸쳐 집행할 듯
중국發 공세 예상되는 중소형 OLED에 '초격차' 투자 가능성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달 중순쯤 13조원 규모의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삼성이 이 거액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지를 두고 퍼즐 맞추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수를 누릴 장비업계의 범위와 대형 OLED TV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13조원이 전부 대형 OLED 투자에 들어가지 않고, 현재 골조만 완성돼 있는 중소형 OLED 공장 ‘A5’에 장기적으로 일부가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2021년 신제품부터 OLED TV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5~7년 장기 계획을 추진할 전망이다.

우선 투자 1단계로 현재 철거 중인 8세대 LCD 라인(L8-1)을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2조~3조원 정도를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4분기 안에 이 라인에 들어갈 OLED 장비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D 라인에서 썼던 장비도 일부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첫 전환투자 금액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2단계는 남은 LCD 라인을 단계적으로 OLED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L8-1 외에도 L8-2, L7-2 등 모두 세 개 LCD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분기 기준 IHS마킷 집계를 보면, 세 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LCD 생산량은 633만6000장이다. L8-1을 포함해 총 5조~6조원을 들여 이를 전부 OLED로 전환하면 현재 주력 크기로 부상하고 있는 65인치 TV 기준 70만대, 수율(완제품 비율)까지 고려하면 50만대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이 정도 양으로는 삼성전자가 OLED TV를 주력 TV 제품으로 내세우기 역부족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2021년 50만대를 시작으로 2022년 200만대, 2023년 500만대를 내놓을 수 있도록 패널 생산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신규 부지 매입, 공장 건설, 장비 매입 등으로 10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추가 투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 금액 중 일부를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리는 데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90%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지만, 중국 BOE나 LG디스플레이 등이 공장을 가동하고 수율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를 통해 ‘초격차’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연간 120만대 수준인 폴더블 패널 출하량을 내년 1000만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A5) 투자가 일부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중소형 OLED 공장인 A3·A4의 가동률도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업체의 판매 부진으로 40%를 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발 물량 공세에 대비하는 선제적 A5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투자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