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차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더 빨리 올 것이다."

30일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갔다. '맨인블랙' 같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초고속 '플라잉카(flying car)'가 머지않아 눈앞의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이날 현대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을 위한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 고위직 출신인 신재원〈사진〉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사업부 이름은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모빌리티)로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 발굴 조직인 전략기술본부 산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에 항공 모빌리티를 연구하던 관련 팀과 TF를 통합해 사업부로 승격한 것"이라며 "사업부는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으로,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NASA 최고위직 출신 영입

이날 현대차가 UAM 사업부장으로 영입한 신재원 부사장은 NASA에서 동양인 사상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NASA에는 크게 사무국과 연구조직이 있는데, 연구조직은 4개 분야(항공·인간·과학·우주)로 나뉜다. 신 부사장은 이중 핵심인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2008년부터 11년간 지냈다. 1989년 NASA에 입사해 30여년간 항공 연구를 해온 베테랑이다. 현대차는 "신 부사장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 조기 진입을 위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 설계,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안전기술 등 핵심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수직 이착륙과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플라잉카를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도 없고 자율주행에 더 적합하다"며 "(하늘을 나는 차는) 기업 시장과 개인 시장이 함께 상용화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 복잡한 도로에서의 완전자율주행은 어려운 단계지만, 장애물이 없는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은 확보된 상태"라며 "완전자율주행이 하늘에서 먼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플라잉카에는 주행거리가 길고 효율이 좋은 수소연료전지가 유용하다"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이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출시 앞둔 美스타트업의 플라잉카 미국 스타트업인 '삼손스카이'는 내년 중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출시, 판매하는 게 목표다. 가격이 1억5000만~1억7000만원으로, 예약 신청자가 800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향후 플라잉카가 출시됐을 때 차의 비행 모습을 상상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것이다.

◇에어택시 경쟁 본격화

글로벌 자동차·항공·모빌리티 업체들은 2020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다. 비행기와 달리 활주로가 필요 없어 도심 어디서나 타고 내릴 수 있고, 자동차처럼 도로 교통체증에 구애받지도 않는 혁신적 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산업은 2040년 1조5000억달러(약 179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운전자들이 교통 정체로 도로에서 허비한 시간은 1인당 97시간으로, 금액으로는 약 1348달러(155만원)라는 조사도 있다.

플라잉카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업체는 우버다. 우버는 NASA와 협업해 배터리 기반의 완전 자율주행 드론 택시를 개발 중이다. 2020년 시범운행을 하고 2023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의 드론 업체 '이항'은 최근 오스트리아 항공업체 FACC와 드론 택시 '이항 216'을 개발했다. 지난 4월 오스트리아 빈의 한 축구장에서 승객 2명을 태우고 시범 비행을 하는 데 성공했고, 내년까지 300대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완성차 업체들도 스타트업 등과 손잡고 플라잉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임러는 스타트업 볼로콥터사 투자를 통해, 아우디는 에어버스와 손잡고 플라잉카를 개발 중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미국 기업 테라푸지아를 인수해 '땅에서는 자동차, 하늘에선 비행기'가 되는 '트랜지션'을 내년에 출시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플라잉카 상용화 시점을 2035년으로 보고 있다"며 "대당 2억~3억원에 달하는 비용 문제, 도심에서 기체를 띄우기 위한 제도 정비 등이 해결되면 국내에서도 생각보다 더 빨리 하늘을 나는 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