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일시적 반등으로 봐야, 추세적으로는 횡보 수준"
기업경기·소비심리 더한 '경제심리' 금융위기 후 최저

제조업체들의 경기체감지수가 넉 달 만에 올랐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 효과에 추석 연휴가 더해진 결과로, 추세적 상승보다는 일시적 반등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협상, 일본 수출규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있어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비관적인 수준에서 횡보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19년 9월 기업경기실시자수(BSI)'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의 업황지수는 71로 전월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업황지수는 지난 6월(75)부터 8월(68)까지 하락하다가 9월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를 방문한 고객들이 삼성전자가 마련한 체험행사장에서 ‘갤럭시 폴드’를 살펴보고 있다.

기업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치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조업 업황지수의 장기 평균은 79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응답률 88.3%)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제조업 업황지수가 상승한 건 신형 스마트폰 출시효과가 가장 컸다. 갤럭시 폴드가 인기를 끌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11포인트 급등했다. 추석연휴로 식품 구매가 늘어나자 식료품이 9포인트 올랐다. 반면 자동차는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11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제조업 업황지수 반등을 체감경기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출시, 추석 연휴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인한 것인데다 여전히 기준치, 장기평균치에 미달하는 수준이어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제조업 업황지수의 반등은 일시적 효과에 의한 것으로 추세적으로는 횡보하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은 제공

기업규모, 형태별로는 중소기업(5포인트), 내수기업(4포인트)의 상승폭이 대기업(1포인트), 수출기업(1포인트)보다 컸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달 7포인트 급락했지만 이달 전자업종 호조에 힘입어 낙관적인 답변이 다소 늘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내수기업은 추석 명절의 효과로 상승폭을 키웠다.

한 달 뒤 경기를 내다본 제조업 업황전망지수(73)도 1포인트 상승했다. 전자·영상·통신장비(2포인트), 고무·플라스틱(4포인트)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체들은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23.3%)을 꼽았는데, 이에 대한 우려는 전월대비 1.8%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경제상황(18.7%)을 지목한 업체는 0.9% 줄었고, 수출부진(9.4%), 경쟁심화(8.9%), 인력난·인건비 상승(8.5%) 등의 답변 비중은 소폭 늘었다.

이달 비제조업의 업황지수는 2포인트 상승한 72를 기록했다. 이는 석 달 만의 반등이다. 추석 연휴 효과로 도소매업이 8포인트 상승했고, 아파트 분양이 늘면서 부동산업도 12포인트나 올랐다. 한 달 뒤 비제조업의 업황전망지수(74)도 2포인트 상승했다. 환율 상승 효과를 기대한 도소매업(8포인트)과 부동산업(10포인트), 운수창고업(6포인트) 등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산한 경제심리지수(ESI)는 91.3으로 전월대비 2.9포인트 올랐다. 반면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내린 90.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87.2)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