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3조원대, SK하이닉스 3000억원대 영업익 그칠 듯
"지난달 하락세 일단 멈췄던 D램 가격 추이 지켜봐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3분기(7~9월)가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톱3인 미국 마이크론이 ‘실적 쇼크’를 발표해 두 회사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두 회사는 3분기에 상반기와 유사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나아가 다음 분기에도 증권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 전망치를 공개해 올해 메모리 반도체 경기 흐름이 상반기에도 안 좋고, 하반기에도 안 좋은 ‘상저하저(上低下低)’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D램 바닥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 中 화웨이 거래 제한에 실적 발목

27일(현지 시각) 마이크론은 2019 회계연도 4분기(6~8월)에 매출액 48억7000만달러(약 5조8440억원), 영업이익 6억5000만달러(약 780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2%, 85% 급감한 것이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칩.

마이크론의 실적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다. PC·서버 수요가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재고가 수요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쌓여있다는 점, 미·중 무역전쟁으로 최대 고객인 중국 화웨이 관련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화웨이 변수가 직격탄이 됐다.

산제이 머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가 지속되고 제품 공급 임시 허가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화웨이로 인한 매출 타격이 몇 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머로트라 CEO는 미 상무부에 추가로 제품을 출하할 수 있는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에 대한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고, 이후 마이크론의 임시 공급 허가가 연장되기 어려울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며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하루 사이 11%나 하락 마감했다. 현재 화웨이는 마이크론 매출 가운데 13% 비중을 차지하는 제1 고객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망도 녹록지 않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현재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6조9984억원이다. 지난 1분기(6조2333억원)나 2분기(6조5971억원)와 비교하면 약간 늘어난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 이상 급감한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며 13조65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3782억원으로 전분기(6376억원)에 비해서도 반 토막이 나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서는 94%가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조8000억원대로 거론됐었다.

◇"4분기에도 D램 가격 하락할 것"

낸드플래시 수요가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업체들의 관건은 또 다른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반등하는가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DDR4 8Gb 기준) 제품의 8월 가격이 평균 2.94달러로 전달과 가격 변동이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이후 매달 두 자릿수 하락세를 이어온 D램 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이었다.

그래픽=송윤혜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일시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서 "재고 소진, 수요 회복에서 비롯한 것은 아닌 만큼 D램 업황이 반등했는가는 가격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도 이날 실적 발표에서 "4분기에도 D램 가격 하락 폭이 10%를 웃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다음 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예상치도 각각 50억달러, 5억4500만달러로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낸드플래시 가격은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D램보다 낸드플래시 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에 좀 더 유리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체 매출 가운데 50%를 D램에서, 30%를 낸드플래시에서 각각 올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