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최근 유럽 현지법인을 출범시켰다. 제네시스는 현재 국내와 북미에서 판매 중인 3종의 세단 모델과 연말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 등을 내년부터 유럽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29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말 제네시스 사업부 산하에 유럽 현지 법인 ‘제네시스 모터 유럽(GME·Genesis Motor Europe)’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제네시스 사업을 총괄하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부사장 산하의 직속 부서로 조직 구성과 동시에 가동을 시작했다.

제네시스가 내년 유럽 판매를 앞두고 독일 뮌헨에 유럽 현지법인(GME)을 설립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GV80 콘셉트카.

이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당시 출장길에 제네시스 유럽 법인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시장과 판매 준비 현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모터 유럽은 독일 뮌헨에 거점을 뒀다. 뮌헨은 독일 경제, 산업의 중심지로 독일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의 거점이 포진돼 있다. BMW는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도 이 지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독일 오펜바흐에 유럽 현지법인(HME)을 두고 유럽 8개국에서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직 유럽에서 생소한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유럽 판매망을 기반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오펜바흐에 함께 거점을 둘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제네시스가 오펜바흐가 아닌 뮌헨에 둥지를 튼 것은 유럽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포석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뮌헨은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독일 안에서도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라며 "BMW와 벤츠가 자리 잡고 있는 뮌헨에 거점을 만들 경우 유럽 고급차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현대차보다 상위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쌓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가운데)이 10일 열린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콘셉트카 45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내년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유럽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독일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센터에서 GV80과 신형 G80, G70 등의 성능 실험을 진행했다.

정의선 부회장도 여러 차례 유럽과 중국에서 하루빨리 제네시스를 판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내년부터 제네시스를 유럽에서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제네시스의 유럽 판매는 사실상 첫번째 도전에 해당된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부터 2세대 제네시스 G80(DH) 50여대를 영국에 파견 나간 한국 외교관들과 주재원 등에게 판매한 바 있다. 유럽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네시스는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 지 4년이 지난 데다, 곧 GV80과 GV70 등 SUV 모델도 추가해 라인업도 확장된다"며 "높은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벤츠, BMW보다 가격은 저렴한 차로 유럽 고급 브랜드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