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7일 저녁(한국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까지 과학계 수상자 발표가 이어진다. 올해는 DNA 염기서열 분석과 빛으로 세포를 조절하는 등 생화학·유전학 분야가 떠오를 전망이다.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클래리베이트가 최근 발표한 ‘2019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2019 Citation Laureates)’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는 경제학상을 포함한 총 19명이다. 이 가운데 과학부문 후보는 15명으로 생리의학상 6명, 물리학상 3명, 화학상 6명이 물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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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생리의학상 후보는 ‘광유전학(optogenetics)’ 분야에서 다수 거론된다. 생리의학 분야에서 피인용 수가 가장 많은 연구자 6명 가운데 3명이 기억 장애, 시력 회복 등과 관련된 광유전학 분야로 나타났다.

에른스트 밤베르크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리학 연구소 명예소장,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게로 미센보크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생리학 석좌교수가 바로 이 분야 연구자다.

광유전학은 빛과 유전공학을 이용해 동물의 특정 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뇌 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결합한 뒤 빛을 쬐는 방식으로 세포의 생리활성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단기 기억 상실이나 치매, 파킨슨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탐구할 수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분자 유전학과 교수 한스 클레버, 존 케플러와 필리파 매랙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국립유대인연구센터 석좌교수도 생리의학상에 가까운 것으로 꼽힌다. 존 케플러와 필리파 매랙 교수는 과도한 자기 면역 반응으로 인해 고통 받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낭창(루프스) 등이 발생하는 작용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T세포의 특성을 밝혔다.

한스 클레버 교수는 ‘윈트(Wnt) 신호전달 경로’의 역할 연구를 통해 세포주나 실험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약물시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을 제공해 피인용 최다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국내 제약회사인 JW중외제약도 신경전달물질 ‘Wnt’를 활용해 항암·탈모 약을 개발 중이다.

특히 화학 분야에서도 인간의 생명과 관련한 연구에 기여한 학자들이 가장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 분야 최다 피인용 과학자는 에드윈 서던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생화학과 명예교수, 마빈 카루더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석좌교수, 르로이 후드 미국 프로비던스 성요셉 병원 수석부사장 등이다.

에드윈 서던 교수는 DNA 서열을 찾아낼 수 있는 ‘서던 블롯 분석법’을 개발해 오늘날 유전자로 암을 찾는 진단 방법을 제시한 장본인이다. 그의 분석법은 DNA 사슬에서 하나의 유전자를 구분할 수 있어 개인 맞춤의학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빈 카루더스와 르로이 후드는 1980년대 단백질과 DNA 서열분석 및 합성을 연구한 개척자들이다. 일례로 르로이 후드는 1986년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DNA 염기서열 분석기를 개발했다.

이후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과는 다른 단백질 의약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글로벌 바이오기업 암젠이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출시한 적혈구 생성을 돕는 단백질의약품 ‘에스트리포이에틴’이 대표적이다.

생리의학과 화학 분야 수상자 후보가 생명과학분야로 쏠리는 가운데 물리학 분야 역시 같은 흐름이다. 올해는 떠오르는 분야인 양자컴퓨팅과 신소재 연구간 대결이 예상된다. 신소재는 물리학 분야에서 노벨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연구 분야다. 반면 양자 컴퓨팅은 향후 화학물질, 바이오물질 등 구조를 규명하는 기반으로 생명과학 분야 기여도가 높다.

물리학은 ‘얽힘 기반의 양자 암호학’을 발명한 아르투르 애커트 옥스포드 교수와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2차원 반도체 소재의 속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토니 하인즈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전자구조에 따라 응집 속성이 달라지는 ‘자연 접착체’의 존재를 밝힌 존 퍼듀 미국 템플턴대학교 교수가 유력하다.

한편 클래리베이트는 2002년부터 매년 노벨상이 수여되는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및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들을 선별하기 위해 웹 오브 사이언스의 문헌 및 인용색인을 분석했다. 1970년 이후 색인 등록된 4700만여 논문 저자들 중 이번 연구자들처럼 2000회 이상 피인용이 이뤄진 사례는 0.01%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