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빈 롯데 회장 국감 증인 채택
롯데푸드, 9년 전 식품안전인증 안 받은 '후로즌델리'와 계약해지
이명수 의원 '갑질' 질타에 5년 전 7억원 주고 합의...국감 '지역구 민원용' 전락

팥빙수 때문에 재계 5위 총수가 내달 있을 국정감사장에 서게 됐습니다. 무슨 일 일까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올해 국감 증인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을 채택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롯데푸드가 협력사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며 신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기 때문인데요.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롯데푸드는 충남 아산의 빙과 제조전문업체 '후로즌델리'와 2004년부터 거래를 했습니다. 후로즌델리는 '뉴팥빙수꽁꽁'을 만들어 롯데에 납품했죠.

롯데푸드는 2010년 후로즌델리에 HACCP(해썹,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적용에 따른 인증 취득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식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1995년 12월 이 제도를 도입했죠. 식품위생법에 따라 연 매출이 1억원 이상, 종업원 수가 6인 이상인 중소기업은 2010년까지 HACCP 설비를 인증받아야 했습니다.

후로즌델리는 당시 롯데푸드와 거래규모가 연 40억원이었고, 종업원이 13명이어서 인증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로즌델리는 이에 불응한 채 납품가 인상만을 요구했고, 결국 두 회사간 계약은 해지됐죠. 이때 후로즌델리가 제조한 '뉴팥빙수꽁꽁'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습니다.

롯데·후로즌델리 분쟁 진행경과

하지만 5년 전인 2014년 8월 이명수 의원은 롯데가 갑질을 했다며 당시 롯데쇼핑 부회장이던 고(故) 이인원씨와 김용수 롯데푸드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롯데는 이 의원의 질타 후 바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후로즌델리에 7억원을 지급했습니다.

팥빙수 생산시설을 인수하고 향후 후로즌델리가 추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합의서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후로즌델리의 팥빙수 시설은 생산공장에 근저당권이 해지되지 않아 결국 인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의원이 이번에 또 롯데가 후로즌델리에 갑질을 했다며 신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겁니다. 이명수 의원은 "후로즌델리가 롯데의 갑질로 입은 피해액만 100억원 안팎"이라며 "전은배 후로즌델리 사장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합의서 내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롯데 측은 "2013~2018년까지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을지로위원회 등에 갑질논쟁이 소명된 사안"이라며 "이번 증인신청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7억원을 주고 합의를 한 사안인데, 추가적으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합의금을 또 주면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간 후로즌델리는 자사의 지역구 의원인 이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 비판해야 할 국정감사가 지역구 민원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정치인들은 국감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불러 혼내키면서 망신을 주는 구태를 반복해 왔습니다. 국감 스타로 부상해야 공천(公薦)에 유리하고 총선에 대비해 후원금도 모금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이런 정치권 요청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국정 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을 인정했고, 신 회장도 비슷한 이유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계는 정치권 요청을 받아들이면 범죄자가 될 수 있고, 거부하면 정치권에 찍혀 불이익을 받는 힘든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합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일본과도 경제전쟁이 한창인 상황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힘을 북돋아주고, 머리를 맞대어 위기를 모면해도 모자랍니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국정감사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