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헬릭스미스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전자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 '엔젠시스'의 중간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고 공시하기 직전 최대 주주 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재를 미리 알고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 김용수 전(前) 대표의 아내 이혜림씨는 23일 2500주를 17만6629원에 팔았다. 김 전 대표의 딸 김승미씨도 같은 날 17만6807원에 500주를 매도했다. 두 사람이 처분한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억3900만원이다. 김 전 대표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선영 현 헬릭스미스 대표의 처남이다.

아내 이씨와 딸의 처분 시점은 헬릭스미스가 진짜 약과 가짜 약이 섞여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는 내용을 공시하기 전이었다. 헬릭스미스는 이날 장 마감 이후에 이 같은 사실을 공시했다.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임상 실패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26일에도 9.52% 급락하며 17만원대였던 주가가 7만6000원으로 폭락했다. 특수관계인인 두 사람이 사전에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회사 측은 "내부 정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다"며 "임상 내용 발표 공시 전에 주식 매도가 이뤄진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용수 전 대표도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난 이후로 꾸준히 보유 지분을 처분했다. 10여 차례에 걸쳐 10만주 이상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김선영 대표도 26일 10만주를 주당 7만6428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약 76억원어치다. 회사 측은 "오는 30일 만기가 되는 주식담보대출의 연장이 안 돼 금일 10만주를 매도한 것"이라며 "매도 자금과 보유 현금으로 총 140억원의 주식담보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신라젠도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실패를 발표하기 전 일부 임원이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