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12개월 연속 쪼그라들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LMC오토모티브는 "지난달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719만대, 1년 전보다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전 세계 자동차 수요는 작년 9월 이후 꼬박 1년 동안 매달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시장 위기'는 작년에 시작됐다. 2018년 세계 판매량은 9490만대로 2017년(약 9532만대) 대비 0.5%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장을 월별로 보면 3~6월은 늘고, 9~12월은 감소하는 등 수요가 오르락내리락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1년 내내 판매량이 감소한 건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력·설비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노사 갈등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자동차 업계에 낀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중국 13개월, 인도는 9개월 연속 감소

특히 신흥 시장의 부진이 심각하다. 세계 자동차 판매 시장의 22%를 차지하는 중국은 8월에도 7.7% 감소하면서 13개월 연속 후진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오래가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월평균 241만대가 팔렸던 중국 시장은 지난달엔 165만대만 팔렸다. 단일 국가로 세계 2위 시장인 미국(164만대)과 비교하면 단 1만대 차이다. 닛케이는 24일 "중국 포드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이 24%에 그치는 등 주요 자동차 제조 업체 26사의 지난해 평균 가동률이 70%를 밑돌았다"며 "일본 스즈키, 프랑스 푸조·시트로앵 등 수많은 업체가 중국 내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에 나섰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도 각각 중국 공장 가동을 한 곳씩 멈춘 상태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최근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업체들이 인력·설비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미시간 공장 생산 라인.

2020년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던 인도는 8월 판매량이 작년보다 31.6% 폭락하며 최근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인도 현지 언론은 "금융권 유동성 부족 문제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살아나질 못하고 있고, 특히 지난달엔 폭우와 홍수 등 재해로 차량 수급까지 차질이 생겼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반등하려면 내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미국(+10.9%)과 일본(+6.7%) 등 일부 국가의 자동차 판매량이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신흥 시장 폭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차량·승차를 공유하는 '모빌리티'(이동 편의 서비스) 서비스가 계속 새로 등장하고 있어, 신차를 구입할 필요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신차 구입을 1년만 늦춰도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오래, 멀리 가는 전기차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는 못 버틴다'… 구조조정 가속화

1년의 부진을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올 들어 중국·유럽·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인력 규모는 5만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 전 세계 사무직 7000명을 감원(減員)한 포드는 유럽에서 내년 말까지 러시아 공장 3곳, 프랑스·영국의 공장 1곳을 폐쇄하고, 슬로바키아의 미션 공장을 매각하는 등 1만2000명에 달하는 추가 감원 계획을 밝혔다. 그럼에도 신용 등급은 '투자 부적격' 수준인 'Ba1'으로 떨어졌다.

GM은 미국 오하이오·디트로이트 등 공장 2곳 폐쇄 계획을 발표했는데, 노조원 5만명이 반발하며 25일 현재 열흘째 '전면 파업' 중이다. 폴크스바겐·재규어랜드로버·르노-닛산 등도 각각 1만명 안팎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과잉 설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책임연구원은 "이제 막 인력·설비 감축이 시작된 상황"이라며 "당분간 업체들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