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갭투자, 전세사기 발생…민주당 "대책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를 당국에 요구하기로 했다. 다른 대출보다 규제가 느슨한 전세자금대출을 악용해 ‘갭 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행위)’에 활용하거나 전세금 사기를 벌이는 경우가 만연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당국에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를 집중 제안할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5일 "원내지도부 회의에서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나와 논의하고 있다"며 "최근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느슨해 부작용이 많다는 민원도 계속 들어오고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 차원에서 먼저 논의를 진행하고 이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래픽=조선DB

민주당이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것은 전세자금대출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데 따른 것이다. 최근 경기도 광주에서 발생한 부동산신탁 전세대출 사기가 대표적이다. 광주의 한 임대사업자는 집을 신탁회사로 넘기면서 이를 세입자에게 알리지 않고 전세계약을 맺어, 전세자금을 편취했다.

이런 수법으로 전셋집에 입주했다가 신탁사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거나 한 주택에 여러 명이 계약해 입주를 하지 못한 경우가 광주에만 24세대(100여명)에 달한다. 최근 민주당 관계자들은 피해자 및 대출 은행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전세대출 사기는 제도가 미흡한데 따른 것"이라며 "광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기 사례가 있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정부와 여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세자금대출을 통한 갭투자도 문제로 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인근 전셋집에 입주한 뒤 기존 주택 매매금으로 전세를 끼고 다른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전세자금 수요가 늘면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7년 말 66조6000억원에서 올해 4월말 102조원으로 약 40조원 늘었다.

전세보증금을 실제 거래액보다 부풀려 계약하는 업(UP)계약도 늘고 있다. 예컨대 전세금 2억원의 빌라를 계약할 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짜고 계약서상 전세금을 2억4000만원으로 적는다. 세입자는 전세금 전액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고, 집주인은 그만큼 갭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방식 모두 전세자금대출이 전세금의 80%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아직 관련 논의가 초기 단계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전세계약에 대해 전세금의 40~50%만 대출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무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은 뒤 집을 구매할 경우 이를 해당 은행에 통보해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는 규제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에 신중해야 하다는 입장이다.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할 경우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세자금대출을 옥죄 집주인의 신용이 급격히 경색되면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여권 일각에서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는 신중해야 한다. 은행권에 전세자금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현재 규제 강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