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일본 지분, 영업이익 감소에도 800억원 배당
데상트 본사 "한국 시장 불안해... 중국 키우겠다"

데상트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스포츠 의류업체 데상트코리아의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데상트코리아는 데상트, 데상트골프, 르꼬끄스포르티브, 르꼬끄골프, 먼싱웨어, 엄브로 등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분 100%를 일본 데상트가 보유하고 있으며, 3월 기준 총 929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1935년 일본에서 설립된 데상트는 스키복을 시작으로 유럽 국가대표 팀복을 후원해 유명해졌다. 국내 진출 후 골프·아웃도어 시장이 성장을 타고 몸집을 키웠지만,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데상트의 7~8월 매출은 50~70%대로 떨어졌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매출은 2002년 207억원에서 2018년 7270억원으로 뛰었다. 설립 이래 16년 연속 성장했다. 일본 현지에서 데상트는 스포츠 전문 의류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국내에서는 패션성이 강한 스포츠 의류로 캐주얼 의류를 대체하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롱패딩(벤치파카)의 유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 사업의 성공으로 일본 데상트도 이익을 거뒀다. 일본 데상트는 1998년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아디다스의 라이선스 사업을 중단한 후 경영 위기에 직면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 사업이 날개를 달면서 숨통이 트였다. 2015년에는 한국 매출이 일본을 앞질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데상트 그룹의 매출 50% 이상이 한국에서 나오며, 영업이익의 대부분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올겨울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롱패딩 등 겨울용 아우터에 강점이 있는 데상트의 경우 주력 판매 시즌이 시작됐지만, 이렇다 할 판촉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EDM 페스티벌을 후원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하반기 들어선 잠잠하다.

설상가상 후원사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데상트의 유니폼을 입던 바둑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유니폼 착용 중단을 결정하고 국내 스포츠 의류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데상트는 현재 야구와 스키 국가대표팀 등을 후원하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으로 수혜를 입은 데상트. 롱패딩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데상트의 매출이 한풀 꺾인 건 맞다. 모 유통사의 경우 데상트와 겨울용 상품을 대량 기획했다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스포츠 브랜드는 겨울 장사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이대로라면 올해 실적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로 꺾일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신규 사업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약 600억원을 투자해 부산에 신발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했다. 또 일본 본사와 데상트글로벌리테일을 설립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일본 데상트는 지난달 한국 반일운동으로 인한 어려움을 공식적으로 토로했다. 오제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3개년 중기경영전략 설명회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영향이 있다"라며 "한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시장을 적극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매출 규모는 한국, 일본, 중국 순이지만,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며 3년 안에 중국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한국 매출 목표는 동결했다.

최근 데상트코리아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엔 매출 신장률 0.2%으로 겨우 상장세를 지켰다. 영업이익은 2015년 842억원에서 지난해 679억원으로 3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일본 데상트에 지급하는 배당금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는 2005년 3억원(배당률 10%) 배당을 시작으로 2007년 3억원, 2014년 63억원, 2015년 161억원을 일본에 배당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2016년 이후에도 134억원을 배당했으며, 2017년 157억원, 2018년에는 250억원(배당률 278%)을 배당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 지급한 로열티도 30억원으로, 현재까지 데상트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과 로열티는 총 8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