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청주공장 가보니....맛동산 올해 생산량 5000만봉지 돌파 예상
과거 가마솥에 반죽 튀기다 화상입기도...생산 자동화로 제조원가 절감
길고 가늘어진 흑당맛 맛동산…반죽 배합 바꿔 리뉴얼

‘방아타령·수제천·신뱃놀이·배 띄워라’

지난 19일 방문한 해태제과 청주공장엔 국악이 울려펴지고 있었다. 피리와 대금, 장구와 북, 아쟁 등이 교대로 가락을 연주하자 숙성실의 맛동산 과자 반죽도 리듬에 맞춰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반죽에 들어간 발효 효모 때문에 막걸리와 요구르트 냄새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오지균 해태제과 청주공장장(녹색 작업복 착용)이 공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맛동산 반죽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지균 청주공장장은 "맛동산 맛의 비결은 반죽 숙성 과정에 있다"면서 "경쟁사들이 1980년대 맛동산을 흉내낸 제품을 냈지만 접은 이유가 반죽 숙성의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맛동산은 1975년 출시된 장수 인기 과자다. 작년에 누적 판매량 30억봉지를 넘겼다. 1983년 첫 가동에 들어간 청주공장은 37년째 맛동산을 제조하고 있다. 맛동산은 1975년 서울 영등포 공장에서 처음 제조를 시작했고 8년 만에 기계 설비가 갖춰진 청주 공장으로 이전했다. 맛동산 외에도 빠새, 웨하스, 구운감자, 신당동 떡볶이, 롤리폴리 등이 청주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해태제과 스낵류 제품의 35%가 이 곳에서 만들어 진다.

◇ 맛동산 올해 생산량 5500만봉지 예상…역대 최대

청주공장에선 하루 3만6000kg의 맛동산이 생산된다. 90g짜리 제품을 기준으로 하루 40만봉지의 맛동산이 만들어 지는 셈이다. 작년(하루 30만봉지)과 비교하면 하루 10만봉지 가량이 더 생산되고 있다. 해태제과는 올해 4월 맛동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라인을 증설, 생산 능력을 30% 늘렸다.

그 결과 이달 역대 최단기간 생산량 4000만봉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작년보다 한달 이상 빨랐다. 회사측은 올해 맛동산 매출이 작년(500억원)보다 1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헌열 청주공장 생산지원팀장은 "지금 추세대로 라면 올해 생산량은 역대 최대치로 작년(4700만봉지) 대비 800만봉지 늘어난 5500만봉지를 예상한다"며 "하루 평균 5톤 트럭 26대가 맛동산을 실어나르고 있고,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직원들도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 체제"라고 했다.

◇ 맛동산 맛의 비밀은 '숙성' 반죽

맛동산 제조 공정은 크게 반죽을 배합하고 숙성하는 과정, 반죽을 잘라내 형태를 잡는 성형 과정, 기름에 튀겨낸 뒤 땅콩가루를 묻히는 과정, 제품을 포장해 박스에 담는 네 과정으로 진행된다.

맛동산이 기름에 튀져져 나오고 있는 모습.

이 중 반죽 배합과 숙성이 맛동산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제조 공정이다. 맛동산 반죽은 18시간의 1차 숙성과 3시간의 2차 숙성을 거쳐 완성된다. 특히 숙성 전 과정에서 국악을 들려주고 있다.

김명국 생산팀 기술장은 "숙성 과정을 통해 반죽 안에 풍부한 공기층이 생겨나 기름에 튀겨도 속은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하는게 핵심 기술"이라며 "반죽 내 효모 활동 활성화를 위해 꽹과리, 장구, 아쟁 등 서로 다른 소리 파장이 어우러진 국악을 종류별로 들려주고 있다"고 했다.

과거 1980년대 롯데제과(붐비나)와 오리온(도르리)도 맛동산과 비슷한 제품을 선보였지만 단종된 것은 맛 때문이었다. 반죽을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겉과 속이 동시에 딱딱해 지는데, 속을 촉촉하게 유지하면서 겉은 바삭한 맛을 살리는게 어려웠다.

오지균 공장장은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최적 배합 비율로 반죽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숙성 과정에서 맛동산의 맛이 결정된다"며 "온도와 습도를 시간에 맞춰 수시로 변화를 주는 것이 핵심 비밀인데 해태만의 45년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 공정 자동화로 제조원가 절감…‘흑당 맛동산’ 리뉴얼 인기

맛동산 공장 생산라인은 30명의 작업원이 3교대로 10명씩 나눠 8시간씩 24시간 풀가동 중이었다. 10명의 인원은 제품 검수와 숙성된 반죽의 운반, 포장 공정에 배치돼 있었다. 인원 10명으로도 생산이 가능한 것은 대부분의 과정에서 공정 자동화가 이뤄져 있어서다.

로봇 팔이 포장된 맛동산을 박스로 옮기고 있다.

반죽이 제조 기계 입구로 들어간 뒤 부터는 자동으로 반죽이 80토막으로 썰리고, 기름에 튀기는 공정을 거쳤다. 기름에 튀겨지고 코팅 과정을 거쳐 땅콩 가루가 입혀지기 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포장 후 박스에 제품을 담는 과정에서도 작업원 3명 만으로도 충분했다.

공장 측은 "2013년 로봇 팔 4대를 도입한 이후 포장 인력을 7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추가된 후에는 제품 포장 속도도 빨라졌다. 1분에 맛동산 300봉지가 쏟아져 나왔다.

1975년 맛동산이 처음 나왔을 때는 80% 이상이 수작업이었다. 반죽을 튀기는 것도 직원이 가마솥을 이용해 직접 해야만 했다. 튀겨진 과자에 땅콩가루를 묻히는 작업도 100% 수작업이었다. 당시 직원들이 고무장갑을 여러 겹 끼고 일했지만 잦은 화상을 입기도 했다. 최성렬 청주공장 설비팀장은 "1983년 이전에는 가마솥에서 반죽을 튀기다 화상을 입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최근 흑당맛 맛동산 리뉴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흑당 함량을 봉지당 2g 늘리고, 새로운 재료를 추가했다. 박헌열 생산지원팀장은 "추가된 반죽 재료는 기밀이라 공개가 어렵지만, 이를 통해 흑당의 맛을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