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설립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빠른 속도로 금융·사업 서비스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宝) 내에 처음 출시됐던 디지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단기간에 타오바오를 넘어 독립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알리페이는 결제하고 남은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서비스 '위어바오(余額寶)'를 지난 2013년 내놓았다. 위어바오는 2018년 말 현재 1조1000억위안(약 185조3100억원)의 자산을 끌어모았다. 이어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커우베이(口碑)를 출시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의 5억76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개발해내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같은 플랫폼들은 신속하고 간편한 금융 서비스에 엔터테인먼트, 메신저, 온라인 쇼핑까지 얹은 '원스톱' 서비스로 무장한 채 금융권을 파고들고 있다. 현재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90% 이상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메신저 서비스 위챗을 기반으로 한 텐센트의 '위챗 페이'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메신저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뱅크가 출범 1년 6개월 만에 사용자 800만명, 예금 12조1000억원을 끌어모았다.

디지털 플랫폼의 위협에 맞서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금융권도 늘고 있다. 태국 금융그룹인 카시콘은행은 지난해 11월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앱인 그랩의 자회사인 '그랩 파이낸셜'과 모바일 결제 앱인 '그랩 페이'를 태국에 출시했다. 인도네시아 은행 BRI는 지난 1월 알리페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200만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알리페이 사용을 확장했다. 중국 보하이(渤海)은행도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과 협력해, 고객 대출 자금의 80%를 부담하는 대신, 고객 데이터를 앤트파이낸셜로부터 제공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