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과속 인상에 따른 '재산세 폭탄'이 서울 강남·서초구 등 전통적인 부촌(富村)보다 성동·강동·동작구 등 중산층 밀집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 과세'를 표방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실상은 서민·중산층 실수요자 부담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주택분 재산세 과세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 중 재산세가 30% 늘어난 집은 2017년 5만370가구에서 올해 28만847가구로 5.6배가 됐다. 이 가구들에서 거둬들인 재산세 총액은 2017년 317억3678만원에서 올해 2747억8111만원(8.7배)으로 늘었다.

재산세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보유세다. 정부는 재산세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간 인상률을 30%로 제한하고 있다. 30%를 초과하는 세금 증가분은 다음 해에 반영된다.

자치구별 재산세 부담이 급증한 가구 현황을 살펴보면 성동구가 가장 많이 늘었다. 2017년 149가구에서 올해 1만6420가구로 110.2배가 됐다. 최근 새 아파트 입주가 많았던 강동구 역시 2017년 117가구에 불과하던 세 부담 급증 가구가 올해는 약 90배인 1만553가구로 늘었다. 이 밖에 동대문구 78.9배, 동작구 49.9배, 서대문구 18.7배, 용산구 16.1배 등 최근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지역이 큰 폭으로 늘었다.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마포구는 1963가구에서 2만2316가구로 11.4배가 됐다.

반면 강남구는 1만9177가구에서 4만9578가구로 2.6배가 됐고, 서초구는 9063가구에서 3만6569가구로 4배가 됐다. 재산세 부담이 급증하는 가구의 절대 수(數)는 많지만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이다.

이처럼 강남·서초구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동작구, 강동구 등지에서 재산세 부담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공시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주택이 이 지역들에 몰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은 14% 올랐는데, 시세 9억~15억원 사이 주택의 공시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9억~12억원 구간 17.4%, 12억~15억원 구간 17.9%로 평균보다 3%포인트 이상 많이 올랐다. 마·용·성, 강동구, 동작구 30평대 아파트들의 시세가 대부분 9억~15억원 정도다. 반면 15억~30억원(15.2%), 30억원 초과(13.1%) 등 고가(高價) 주택의 공시가격 인상률은 평균과 비슷하거나 더 낮았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중산층 실수요자들의 세금 부담만 키우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소득이 일정치 않은 고령자 가구에 부담이 되므로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