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클라우드쇼 2019 기조연설..."레시피 안다고 바로 그 맛 낼 수 있나요"
넷플릭스 혁신은 오랜 세월 투자와 노력의 결실...경쟁 가열 우려 하지 않아

"어머니의 특제 수프 조리법(recipe)을 제가 배운다고 해도 그 손맛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의 제품(product) 혁신은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오랜 노력의 결실입니다. 넷플릭스만의 손맛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18일 만난 켄 플로랜스(Ken Florance) 넷플릭스 프로덕트 부문 부사장은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 테크 자이언트 애플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로랜스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재생)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인 2003년부터 16년간 이 회사에서 근무하며 넷플릭스의 역사를 만들어온 인물이다. 전 세계 1억5000만 가구에 안정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공급(delivery)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켄 플로랜스 넷플릭스 프로덕트 부문 부사장.

오픈커넥트·어댑티브 스트리밍... '이용자 경험 개선' 본질에 집중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9’ 기조연설 차 한국을 방문한 그는 시종일관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집중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입자(회원)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어떻게 하면 이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을지’만 고민해 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고유의 콘텐츠 전송 시스템인 ‘오픈 커넥트(Open Connect)’다. 오픈 커넥트란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관련 설비에 미리 동영상 콘텐츠를 전송해 둔 후 가장 가까운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콘텐츠를 전송하기 때문에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많아도 화질이 떨어지거나 끊어지지 않는다.

고화질 콘텐츠를 최적 용량으로 압축해 전송하는 ‘어댑티브 스트리밍(Adaptive Streaming)’도 있다. 넷플릭스는 영상을 30초 단위로 쪼개 장면별로 이 기술을 적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같은 수준의 화질을 즐기면서 대역폭(bandwidth) 사용을 64% 절감할 수 있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이 많은 장면은 더 높은 비트 레이트(bit rate, 초당 처리하는 비트의 수)를 할당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비트 레이트를 낮춰 용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켄 플로랜스 넷플릭스 프로덕트 부문 부사장.

플로랜스 부사장은 "최적화된 콘텐츠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콘텐츠를 제작·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넷플릭스는 2011년에 오픈 커넥트 시스템을 처음 개발해 2012년부터 적용해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 훌루 등 유수의 기업과 경쟁해왔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OTT 산업은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직도 OTT 시장이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다. (디즈니, 애플의 진출로) 전반적인 OTT 시장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로랜스 부사장은 2003년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CEO를 만난 후 넷플릭스 합류를 결정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붐이 일었던 닷컴 회사를 대상으로 인프라를 제공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넷플릭스에 관해 알게 됐는데, 그때만 해도 넷플릭스는 가입자 70만 명을 보유한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그 역시 처음엔 넷플릭스의 성공에 관한 확신이 없었으나 헤이스팅스 CEO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리드는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었고, 당시 넷플릭스팀이 그리는 미래는 정말 뚜렷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그 미래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넷플릭스는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가장 빛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또 우수한 인재를 뽑은 후 그들을 신뢰하고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 문화를 공유하고, 발전하는 선순환이 일어났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한국은 글로벌 엔터 거점...코리아 스토리 세계 팬들과 어떻게 나눌지 고민

넷플릭스가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할지 묻자 그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같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고, 특정 시간에 방영하는 편성 제약, 분량 제약도 없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쟁사의 행보에 휘둘리지 않고 넷플릭스가 잘하는 것과 계획한 부분에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로는 ‘킹덤’을 꼽았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큰 규모의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조선 시대 배경의 좀비 스릴러다. 올해 1월 시즌 1을 전 세계에 공개했고, 오는 2020년 시즌 2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시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한국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를 이끄는 주요 거점 중 하나입니다. 뛰어난 한국 창작자들, 예술인들과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훌륭한 스토리를 어떻게 세계 각지의 팬과 나눌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