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밀린 숙제를 풀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전임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끝내 풀지 못하고 남겨둔 '금융 8법'의 국회 처리를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이달 23일 열리는 P2P(개인간 거래) 금융제정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기로 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당초 송현도 금융혁신과장이 토론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참석을 결정했다. 취임 이후 하루도 빼지 않고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은 위원장이 '금융 8법'과 관련한 현장 행보에도 나서는 셈이다.

은성수(왼쪽 두번째)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2P 금융 제정법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8부 능선은 넘었고 연내 국회 통과가 불발될 가능성은 1%"라며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P2P 업계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P2P 금융 제정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김성준 렌딧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박성준 펀다 대표 등 국내 주요 P2P 업체 대표들이 총출동한다. 국회에서도 민병두 정무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정무위 간사가 참석해 힘을 보태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은 위원장의 참석까지 확정되면서 금융당국과 국회, P2P 업계의 대표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 됐다. P2P 업계 관계자는 "P2P 금융 제정법의 필요성과 취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P2P 금융 제정법을 시작으로 '금융 8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금융 8법은 금융위가 올해 안에 반드시 입법하겠다고 다짐한 8개 금융 관련 법안을 말한다. P2P 금융 제정법 외에 ▲자본시장법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금융거래지표법 ▲신용정보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이 있다. 최 전 위원장 때부터 금융위가 법 통과를 위해 애썼지만,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다.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어떻게든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다급함은 은 위원장의 발언에도 묻어난다. 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신용정보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법 자체가 없어진다"며 "막바지에 와 있으니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신용정보법은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입법해야 할 핵심 법안으로 꼽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중점 처리할 법안 238개에도 포함됐다.

이밖에도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처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 8법' 모두를 살리려고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에 일단 화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