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TSMC, 세계 처음 2나노 공정 연구개발 선언...5·3·2나노 '차세대 공정' 동시 투자
기술추격하는 2위 삼성전자 따돌리기 포석...팹리스업체에 경쟁적으로 어필하는 전략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5나노미터(㎚) 공정 시험 생산에 들어간 데 이어 2나노 공정 개발에도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 시각) 중국 IT 전문지 테크웹에 따르면,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은 회사가 2나노 반도체 제조 공정을 연구·개발(R&D) 중이라고 처음 공개했다. 2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2024년쯤 가능할 것으로 매체는 전망했다.

류 회장은 그러면서 현재 주력 공정인 7나노를 넘어 5나노 공정 시험 생산에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TSMC의 대만 본사에 보이는 로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업계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TSMC는 최근 2위 삼성전자의 공세에 공격적으로 차세대 공정 개발에 나서고 있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가 차세대 공정에 동시에 돈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정부에서 현재 철거 중인 남부 옛 공장 부지를 3나노 공정 부지로 짓는 것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신주(新竹)시에 있는 3나노 공정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도 마무리됐다. 이렇게 되면 TSMC는 5·3·2나노 공정을 동시에 투자하는 게 된다.

◇ ‘턱밑까지 쫓아온 추격자’ 삼성에 보폭 빨라지는 TSMC

업계에서는 7나노 공정에서 유일하게 경쟁하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 2위 삼성전자가 최근 5나노 공정 개발을 공개하고, 차세대 3나노 공정 설계 키트를 팹리스(반도체 생산은 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업체) 고객에 배포하며 공세를 벌이자 ‘선두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TSMC 보폭도 빨라졌다고 해석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산타클라라 메리어트 호텔에서 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Samsung Foundry Forum 2019)'에서 세계 최초로 3나노 제품을 2021년 양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TSMC의 3나노 공정 상용화 스케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삼성과 같은 2021년으로 잡았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을 거치면서도 1위를 지킨 TSMC이지만 최근 생산여력이 달려 고객을 뺏길 처리에 있다는 위기감이 공격적인 행보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7나노 공정에서 고객들을 대부분 빨아들인 TSMC의 리드 타임(제품 주문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2달에서 6달로 3배나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TSMC에 위탁생산을 의존하고 있는 AMD·애플·화웨이 같은 업체는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어 차선책으로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고객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49.2%로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삼성전자가 18%로 그 뒤를 이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3분기에는 두 회사 점유율이 나란히 올라 50.5%, 18.5%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픽=송윤혜

◇ 팹리스,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야 고객으로 유입 가능해

TSMC와 삼성전자의 현재 주력 공정이 7나노임에도 2나노, 3나노 같은 차세대 공정에 대한 개발·투자에 대한 발표가 경쟁적으로 잇따르고 있는 것은 기술 로드맵을 미리 공유해 팹리스 업체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팹리스가 프로세서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설계하는 데는 통상 2년 반, 길게는 3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제품 개발 단계부터 파운드리와 협력하는 경우가 많고, 팹리스는 개발부터 함께 한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 공정이 아니라 차세대 공정에 대해 마케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