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증권업 진출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갈등을 벌일 위기다. 토스가 금감원의 금융투자업 인가 심사 지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까지 거론하면서다.

금감원은 기존 증권사들과 동일하게 인허가 심사 매뉴얼대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토스에 거는 기대감이 큰 금융위 입장에서는 토스의 ‘폭탄선언’에 난감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5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때도 토스를 탈락 시켜 금융위를 당혹스럽게했다.

토스의 증권업 인가가 최종 불발되면 당시 상황이 재현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혁신을 추진하는 금융위와 금융사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금감원의 ‘동상이몽’이 만든 불편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의 금융투자업 인가 심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은 이 회사에 자본금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의 자본금 대부분이 사실상 부채에 해당하는 상환우선주(RCPS)로 구성돼 있어 사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토스는 지난 5월 증권사 설립을 위한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보통 2개월 내 인가 여부가 결정되지만 자본금 문제로 현재까지 인가가 미뤄지고 있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갖고 있는 주식이다. 투자자가 향후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금감원은 토스 RCPS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판단했다.

RCPS는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2011년부터 상장기업에 의무 적용된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부채로 인식된다. 토스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128억원이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96억원이 RCPS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에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도 토스컨소시엄에 똑같은 문제를 들어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여한 공식 행사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전날 서울 강남구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며 "증권업 진출을 막은 이슈가 인터넷 전문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이 분야 진출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증권업 진출이 좌절되면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은 위원장은 "아픈 얘기다.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토스는 국내 핀테크 기업의 대표 주자다. 지난 8일 홍콩 투자사 에스펙스(Aspex Management) 및 클라이너퍼킨스 등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6400만달러(약 770억원)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자들은 토스 기업가치를 약 22억달러(약 2조7000억원)로 평가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부른다. 토스의 기업가치가 유니콘 기준의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혁신금융’을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토스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현재 마땅한 예비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토스마저 불참할 경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은 흥행 참패가 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 대표의 발언에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다. 토스의 금융투자업 인가는 매뉴얼대로 심사 중인데 이 대표의 발언은 금감원이 어떤 의도를 갖고 심사를 지연하는 것처럼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오히려 이 대표의 발언이 "토스에게 혜택을 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토스 자본금의 경우 RCPS가 많고 또 외국계 자본 비중도 높다"며 "심사 과정에서 자본금이 유동적이고 외부 자본 비중까지 높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소비자 피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장 기본적인 자본 안전성 보완을 요구했는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자신들에게 혜택을 달라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토스를 바라보는 두 기관의 온도 차는 향후 금융위가 혁신금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규제를 풀어줘야 하고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하니 혁신금융 분야에서 계속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