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美인하, 여타국 부담 덜어…추가인하 여지 안 닫아"
8월 동결 주장 금통위원도 '통화정책 완화' 필요성 언급
한은, 최저금리 넘어설지 관심…'0%대' 가능성은 불투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달 만에 정책금리를 또 내리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결과였지만 혹시나 동결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여타국 통화당국이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8월 금리동결을 주장했던 위원들 다수가 경기에 비관적 진단을 내리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하를 확인했고,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가 시급하다는 점을 들어 10월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으로 출근하며 미국의 금리인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9일 미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결과에 대해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며 "여타국의 통화정책 당국 입장에서 보면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이라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서는 "미 연준이 인하의 여지를 닫은건 아니다"라고 했다.

미 연준은 간밤 이틀 간의 FOMC 회의를 마치고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기존 대비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경기확장 유지를 위해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추가 인하 신호는 없었다는 점에서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의 발언은 확인하고 넘어갔어야 할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FOMC를 앞두고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글로벌 시장 일부에서는 ‘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 중인 주요국 중앙은행 입장에서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를 덜게 되고 금리인하의 여력을 확보하는 측면이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줄줄이 인하한 데다 미국도 예상대로 금리를 내리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명분을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다른 나라도 자본유출 가능성이 줄고, 전반적으로 금리인하에 따른 부담을 덜었다"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로 10월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미·중 갈등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대외적 리스크 확대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성장세 둔화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미·중 고위급 협상이 내달로 예정됐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몰 딜(부분 협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 7월 2.2%로 전망했지만 2.0%도 확신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1.8%), BoA메릴린치(1.9%), JP모건체이스(1.9%) 등은 1%대의 전망치를 내놨다.

오석태 소시에떼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내달 미·중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상당히 반영된 상태로 대부분이 종전이 아닌 휴전을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려 불확실성까지 제거된 상황에서 이변이 없는 한 한은의 10월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8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기존과 같이 1.50%로 동결하기로 했다.

금통위원들 역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됐지만, 7월 인하 직후로 그 효과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지난 17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조동철, 신인석 위원 외 동결을 주장한 위원들 중 다수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언급했다. 한 위원은 "정책기조를 완화적으로 운용하여 소비와 투자 심리의 위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인석 위원은 전날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경제상황에 필요한 금리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금리수준이 문제가 되는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정책 여력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10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어디까지 금리를 내릴까'로 쏠리고 있다. 현 기준금리는 1.50%로 한 번 만 더 금리를 내리면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경기가 회복될 여지가 많지 않아 한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리면서 0%대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내년까지 경기둔화가 이어질 경우 기준금리가 0%대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1% 이하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윤여삼 메리츠종합금융 연구원은 "이미 낮은 금리 환경을 조성해뒀기 때문에 0%대까지는 신중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