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품질의 엔진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

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에는 진한 기름 냄새가 났다. 창원 엔진공장은 쌍용차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볼리, 코란도 등에 장착될 엔진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2공장 조립라인에서는 흰 장갑을 착용한 작업자가 완성 직전인 엔진 부품을 하나씩 손으로 만져보면서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조립된 엔진 옆마다 놓인 ‘엔진조립작업표’ 하단에는 벤츠 품질을 목표로 한다는 표어가 적혀 있었다.

쌍용차는 1991년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기술 제휴를 시작으로 엔진 개발에 나섰다. 공장 설립 단계부터 벤츠와 함께 설계했다. 쌍용차는 벤츠 기술을 바탕으로 2004년부터 독자 엔진 개발 능력을 확보했다. 벤츠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설립된 만큼 공장 내부에는 일본 설비보다 독일 설비 비중이 높았다. 검사 시스템 등은 여전히 벤츠 방식이다.

자동차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은 고가인 핵심 장비다. 창원 엔진공장은 설립 이후 누적 생산량 290만대를 기록 중이다. 엔진에 필요한 부품 1126개 중 1069개를 국내 업체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부품 국산화율이 95%에 달한다. 국산 부품 중에서도 경상권역에서 공급받는 부품이 54% 정도 된다. 일부 부품만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인도 등에서 조달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엔진 개발에 필요한 설계기술을 벤츠에서 받아 왔고, 생산 시스템 등도 벤츠가 사용하는 구조를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에 엔진 내구성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 조립라인

◇‘가솔린 1.5 T-GDI 엔진’ 개발로 가솔린 SUV 시대 준비

창원 엔진공장은 SUV 시장 변화에 발맞춰 가솔린 SUV 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SUV 시장이 커지면서 정숙성 등에서 우수한 가솔린 SUV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가솔린 SUV 시장은 2014년 2만4929대에서 2018년 13만5530대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7.4%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도 28%로 확대됐다. 2019년 1~7월 기준으로 가솔린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37.9%에 달한다.

쌍용차는 최근 가솔린 엔진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가솔린 SUV 시장에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2017년 G4 렉스턴 수출용 가솔린 엔진(G20TR GDi)을 생산한 데 이어 지난 5월부터 티볼리와 코란도용 가솔린 엔진(G15TF GDi)을 만들고 있다. 쌍용차는 엔진 라인업 7종 가운데 가솔린(4종)이 디젤(3종)보다 많아졌다.

쌍용차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연비 규제와 환경 규제에 맞춰 중소형 차량에 고효율 엔진이 필요하다고 보고 터보 GDI(가솔린 직분사) 엔진 개발에 나섰다. 현대 투싼, BMW 미니 컨트리맨, 푸조 308 등 경쟁 차종의 엔진을 벤치마킹해 37개월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쌍용차가 개발한 터보 GDI 엔진은 1500rpm부터 4000rpm까지 최대 토크를 발휘해 넓은 영역의 운전 영역을 확보했다. 엔진 소형화를 통해 연비 개선도 고려했다.

창원공장 가공라인

◇티볼리‧코란도로 가솔린 SUV 시장 공략 강화

쌍용차는 가솔린 엔진 개발로 가솔린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1.5 GDi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베리 뉴 티볼리’를 내놓은 데 이어 8월에는 코란도 가솔린 모델을 출시했다. 가솔린 모델이 늘어나면서 내수 판매에서 가솔린 모델 비중이 2014년 3.9%에서 2018년 30%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티볼리가 가솔린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티볼리 가솔린 모델은 2014년 출시 이후 14만5100대가 판매돼 4년 연속 국내 가솔린 SUV 전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올해 1~5월 판매량에서도 코나, 스토닉, 트랙스, 투싼, QM6 등 여러 경쟁자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티볼리에 이어 코란도도 가솔린 SUV 시장을 이끌고 있다. 8월 판매된 코란도 1422대 중 가솔린 모델이 831대로 58%를 차지한다.

다만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민병두 쌍용차 창원공장담당 상무는 "엔진 소형화 등을 통한 배기가스 저감을 주력으로 내연 기관에서 경쟁력을 갖춘 뒤 전동화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며 "전기차 모터에 대해서는 향후 회사 전략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