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칩 오류 생겨도 정상 작동하는 ‘네버다이’ 기술, 데이터센터 고객 공략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칩 오류가 발생해도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한 역대 최고 성능의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19종(사진)을 지난달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만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여전히 불황이지만, 데이터센터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기업에 경쟁력 있는 SSD 제품을 선제적으로 내놓음으로써 추후 시장 회복에 사전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주해 온 이 시장에 기존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업체들이 뛰어든 데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SK하이닉스도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발표는 삼성의 초격차 확대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SSD는 메모리 반도체, 그중에서도 전원이 꺼져도 내용이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에 데이터를 기록하기 때문에 기존 HDD에 비해 무게가 가벼우면서 에너지 소모도 적다. 무엇보다 시간 지연이 없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5G(5세대) 이동통신과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시대에 SSD가 주력 저장장치로 부상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버·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초고용량 SSD는 내부의 수백개 낸드플래시 중 한 개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SSD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고, 이에 따라 시스템 가동을 중지한다던가 데이터 백업에 추가 비용을 써야하는 등의 부담이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신제품 SSD에 ‘FIP(Fail-in-Place) 기술’을 도입해 ‘네버 다이(죽지 않는)’ SSD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FIP 기술은 낸드 칩의 오류를 감지하는 기술, 낸드 칩으로 인해 손상된 데이터를 검사하는 기술, 원본 데이터를 정상 칩에 재배치 하는 기술이 담겼다.

30.72TB(테라바이트)의 초고용량 SSD 제품에 FIP 기술을 적용하면 512개의 낸드 칩 하나하나의 동작 특성을 감지해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오류처리 알고리즘을 가동, 고성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동작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FIP 기술 외에도 △SSD를 최대 64개까지 분할해 사용자별 가상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SSD 가상화’ △초고속 동작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정확히 판독하는 ‘V낸드 머신러닝’ 등의 기술도 도입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을 도입하고 기존 제품 대비 속도를 2배 이상 높인 신제품 NVMe SSD PM1733과 PM1735 시리즈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두 시리즈는 0.8TB부터 업계 최대 용량인 30.72TB까지 총 19개 모델로 출시돼 기업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했다.

이 중 ‘12.8TB PCIe Gen4 NVMe SSD(PM1735)’는 역대 최고 연속 읽기(8GB/s)·쓰기 속도(3.8GB/s) 제품이다. 이 제품은 또 SSD 전체에 해당하는 용량을 매일 3번씩 저장하더라도 최대 5년의 사용 기간을 보증하는 내구성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경계현 부사장은 "역대 최고 속도와 용량, 업계 유일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프리미엄 SSD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3년 90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SSD 시장 규모는 올해 241억달러, 2023년에는 353억달러로 각각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기준 SSD 시장 점유율이 29.6%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