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위원장 주최 현장간담회서 직격탄
금융위·금감원 온도 달라 사업 어렵다 호소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업체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가 증권업 진출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규정에도 없는 수행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수백억원의 투자가 물거품이 되더라도 증권업 진출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같은 이유로 오는 10월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 제3인터넷전문은행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조선DB
이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 같이 토로했다. 이날 현장간담회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첫 번째 금융혁신 관련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토스를 비롯해 레이니스트, 카카오페이, 핀다, 테라펀딩, 8퍼센트 등 국내 대표 핀테크 업체 대표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는 금융당국과 핀테크 업계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무난한 분위기로 진행됐지만, 간담회 말미에 이 대표가 발언 기회를 얻으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증권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를 지적했다. 그는 "스케일업을 위해 증권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데 금융위와 이야기할 때는 다 될 것만 같다. 그런데 금감원과 이야기하면 진행되는 게 없다"며 "정해진 요건을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거라면 보완을 할 텐데 정해져 있지 않은 조건과 규정을 이야기하면서 맞추라고 하니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토스는 지난해 12월 증권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며 증권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지난 5월에는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도 신청했다. 현행 규정상 예비인가 신청 2개월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금융당국에서는 아직까지 인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서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심사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심사 지연에 대한 항의의 차원으로 보인다. 그는 "증권업 진출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자했지만 금융당국이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이 온도를 맞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증권업 진출을 포기하게 된다면 제3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포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증권업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에 증권업 진출이 막히면 인터넷전문은행도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회사나 정보기술(IT) 기업이 많지 않은 가운데 유력한 후보였던 토스마저 불참하면 제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은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이 대표의 발언을 들은 은 위원장은 "뼈아픈 이야기를 했다"며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핀테크업체 대표들도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본인인증과 관련해서는 아예 규제 자체를 없애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하도록 한 뒤 사고가 나면 전적으로 금융회사가 책임지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는 "금융회사가 핀테크 업체와 협업한 뒤 기술과 노하우를 탈취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P2P 업체들에 여신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