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17일(현지시각) 원유 생산이 2~3주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히자 국제유가가 5% 이상 하락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원유 시설 2곳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진정되는 추세다.

사우디 리야드 인근 알쿠르즈 지역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석유시설

이날 사우디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드론 공격으로 줄어든 원유 생산량의 약 50%가 회복됐다"며 "10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989만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사우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원유시설의 정상화가 2~3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7%(3.56달러) 하락한 59.3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1월물 가격은 6.5%(4.47달러) 내린 배럴당 64.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이에 전날 국제유가는 15% 가까이 급등하는 등 사우디발(發)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이날 원유 시설 복구 소식에 국제유가가 6% 하락하는 등 공포심리가 진정되면서 국내유가 상승 우려도 다소 누그러졌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데, 2주 내 아람코 원유시설이 복구될 것이라는 전망에 원유 수급 차질 위험이 줄었기 때문이다.

설령 복구가 늦춰지더라도 국내 정유사들은 3개월치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데다가 원유 공급 다변화를 해놓은 상태라 1~2달간은 원유 수급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전히 위험 요인은 남아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사우디 에너지장관의 발언은 국제석유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장미빛 전망’으로, 실제 피해복구는 10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쏟아내 유가 급락을 가져올 것을 사우디 정부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우디) 테러는 단기 공급차질에 그칠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우디 생산시설의 취약성이 드러난 데다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이 낮아진 데 따른 리스크는 커졌다"며 "이에 국제유가는 당분간 테러 전 수준으로 완전 회귀하지는 않고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