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주식을 사고파는 효과를 내는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가 투자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CFD 거래를 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자격 기준이 11월부터 대폭 완화되면 CFD 투자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잇달아 CFD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CFD가 자산가의 세금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030610), DB금융투자(016610), 키움증권(039490)이 CFD 서비스를 내놓은데 이어 다른 주요 증권사도 CFD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CFD 거래란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CFD 거래는 전문투자자에만 허용돼 있어 현재는 그 시장이 크지 않지만, 향후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 CFD 거래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부터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이고 연소득 1억원(부부합산 1억5000만원) 또는 순자산 5억원(거주주택 제외, 부부합산 가능)인 경우 전문투자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문투자자 수는 지난해 1950명에서 향후 15만~17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전문투자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CFD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교보증권이 지난 2016년 처음 선보인데 이어 올해 6월 DB금융투자, 키움증권도 CFD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 등 신규 진입을 검토하는 대형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CFD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사들은 CFD 거래가 가능한 종목 수를 늘리며 투자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매수(롱) 포지션의 경우 코스피, 코스닥에서 총 1300여개를 거래할 수 있고, 매도(숏)의 경우 코스피, 코스닥 종목 중 프라임 브로커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한해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키움증권은 거래 대상 종목을 2300여개로 확대해 대부분의 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키움증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일각에서는 CFD가 자산가의 세금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CFD 거래는 주식을 보유하는 개념이 아니라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점을 내세워 CFD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4월 1일 이후부터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경우 대주주로 보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2021년 4월 1일 이후부터는 한 종목에 대한 보유 주식 가치가 3억원 이상인 경우 대주주로 본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005930)투자자가 주식 15억원어치를 팔아 4억원의 차익을 남긴 경우 지금은 1억1925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하지만, CFD를 이용해 1억5000만원의 투자자금으로 1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15억원어치 주식 매수 주문을 내고 같은 차익을 남기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문투자자가 많지 않아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향후 전문투자자가 늘고 대주주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합법적 수단이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 내부에서 논의도 많이 오가고 있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닌 파생상품이라 해당 거래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근거는 없다"며 "다만 CFD 거래를 무조건 비과세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법 정비를 어떻게 해 나갈지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CFD는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가 장외중개회사로 투자자의 주문 내역을 전달한다. 대표적인 해외파생장외중개사로는 CIMB가 있다. CIMB는 또 다시 프라임브로커(PB)를 통해 주문을 넣고 PB는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넣어 거래를 체결한다. PB는 모건스탠리, JP모건, SG증권과 같은 외국계 IB들이다.

CFD 주식은 최소 10%에서 100%의 증거금을 활용해 양방향 포지션 진입이 가능하다. 1억원의 현금으로 최대 10억원어치의 주식 매수·매도 주문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CFD의 매도 주문은 간편하게 공매도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기존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먼저 빌리거나 개별주식 선물 거래를 해야 했는데 CFD 거래를 하면 단순히 매도 주문을 넣는 것만으로도 공매도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CFD 국내 주식 거래의 경우 매수, 매도 수수료가 각각 적게는 0.15%, 많게는 0.475% 수준이다. 이외에 매수 미결제 약정 대금에 대한 이자 비용(연 3.4%), 매도 미결제 약정 대금에 대한 주식 차입 비용(종목별 연간 1~8% 수준), 주식 매도 시 발생하는 거래세(0.25% 가량) 등이 비용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