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각) 국제 원유 가격이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 14일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석유 시설 두 곳이 피격당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14.61%(배럴당 8.01달러) 상승한 69.02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88년 관련 거래 시작 이후 사상 최대 상승"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4.7%(8.05달러) 뛴 62.90달러에 장을 마쳐,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분간 유가 상승이 전망되는 가운데, 아람코가 4주 안에 피해를 복구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원유 재고는 총 29억배럴로, 29일치 소비량에 해당한다. 피해 복구 기간이 더 길어지면 유가 상승은 탄력을 받게 된다. 세계적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트라피규라의 사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람코가 4주 내에 생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 유가는 (기존 상승분에 더해)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사우디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대(對)이란 군사 공격에 나설 경우 5년 만에 '유가 100달러 시대'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유가에 연동돼 있는 국내 기름 값도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지난달 종료된 유류세 인하를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논의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