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녀를 따라한다.’, ‘집이 달라지면 여자의 미래가 달라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 주요 건설사들의 아파트 홍보 문구(카피)였다. 최근엔 이렇게 바뀌었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 ‘누가 뭐라든 너의 아름다운 색을 입어!’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는 차별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중과의 소통 창구인 미디어 환경이 변화한 데 따른 현상이기도 하지만,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힙합 뮤지션 키썸과 함께 노래한 ‘Make Your Own Style, 현대건설’ 뮤직비디오를 지난 9일 공개했다. 국내 건설사가 대중가수와 협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GS건설의 자이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두산건설의 위브 △삼성물산의 래미안 △포스코건설의 더샾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등의 광고에는 이영애, 채시라, 김남주, 김태희, 서정희, 이미연, 황수정, 고소영 등 유명 여자 배우가 등장했다. 아파트의 주요 수요자인 주부들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10~30대에 더 잘 알려진, 이른바 ‘스웨그(swag·멋, 자기과시와 자유분방함을 의미)’가 묻어나는 여성 래퍼를 앞세우는 등 젊은 층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힙합뮤지션 키썸과 현대건설 콜라보레이션 뮤직비디오(사진 위)와 2008년 당시 이영애씨가 출연한 GS건설의 자이 광고.

한국광고홍보학회의 ‘아파트 브랜드 광고메시지의 크레에이티브 표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까지 ‘여자들이 편해져요, 부럽죠 우리집 e-편한세상’, ‘모두가 그녀를 따라한다’, ‘집이 달라지면 여자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그녀의 프리미엄’ 등의 카피가 주를 이뤘다. 과거 주변의 시선과 평가가 홍보 콘셉트의 주요 키워드였다면 이제는 젊음과 개성, 도전정신이 강조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런 배경에는 주택 구매력을 갖춘 40~50대 수요층뿐 아니라 20~30대 잠재 수요층도 선점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뉴미디어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대우건설은 자체 캐릭터 ‘정대우 과장’을 만들고 이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건설사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든 것도 건설업계에선 첫 시도였다. GS건설은 홍보물을 올리는 유튜브가 아닌 토크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지난 7월 한화건설은 새로운 주거시설 브랜드 ‘포레나(FORENA)’를 선보였다. 기존 브랜드인 ‘꿈에그린’과 ‘오벨리스크’를 버리고 새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이와 함께 새 상품과 디자인 콘셉트에도 변화를 꾀했다.

조재영 청운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그동안 주택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건설 홍보와 광고의 패러다임도 새 트렌드에 맞춰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