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주택시장에 다시 과열이 감지되고 있다.

강남·서초·마포·성동구 등에선 지난해 주택시장이 가장 뜨거웠을 당시의 최고가를 돌파한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상한제)를 이르면 10월 도입하겠다고 밝힌 국토교통부와 이 시기를 저울질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주택시장에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 아파트 매매, 전·월세 가격이 붙어있다.

◇11주째 오른 서울 아파트…서초·마포·성동 신고가 잇따라

서울 주택시장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3% 오르면서 7월 첫째 주 이후 11주 연속 상승했다.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를 언급한 이후에도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서초, 마포, 성동구의 상승폭이 매우 가파르다. 상한제를 발표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0.11% 오르는 동안 서초와 마포, 성동은 각각 0.14%, 0.22%, 0.19% 상승했다.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는 지난달 전용 84.79㎡ 19층이 28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면적이 가장 최근에 거래된 건 2017년 11월로, 분양권 매매가는 20억원(전용 84.82㎡)이었다. 약 2년 만에 8억원이 오른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8㎡는 지난달 27억70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가를 경신했다.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와 ‘래미안마포리버웰’,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 실거래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16억원 선에 근접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는 지난달 전용 84.9㎡가 14억35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금호동 4가 ‘서울숲푸르지오’ 전용 84.87㎡는 13억5500만원에 매매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상한제 도입 시기 고민하는 정부, 주택시장은 혼선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의지가 여전하고, 물가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공포가 커지고 있어 실물자산 가격 하락 우려가 크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만은 여전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매매전망지수는 8월 말 기준 109.8로, 전달(111.2)보다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연초만 해도 이 지수가 76.1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부동산 매매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매우 커진 것이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이며,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은 걸 의미한다.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 횡보에 주택시장 혼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10월 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되면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10월 초에 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변 구축 아파트를 자극해 주택시장 전체가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달궈진 주택시장을 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앞으로 더 낮아진다는 기대도 있어서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6년간 집값이 상승한 걸 감안하면 오히려 소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지금은 실물경기와 괴리된 유동성 장세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