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조 파업과 경영난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가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도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노동계약 협상 중인 GM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기존 계약 만료 전까지 새 계약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측이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12년 만에 파업이 임박했다고 ABC방송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UAW는 이날 GM 측에 양측이 4년 전 체결한 노동계약이 이날 밤을 기해 소멸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르면 15일(현지시각) 오전 10시부터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7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계약 협상 테이블에 앉은 UAW 측(왼쪽)과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오른쪽 맨 앞)

이날 테리 디테스 UAW 부위원장은 4만6000여명의 노조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노조와 GM 측은 수개월간 협상했지만, 임금·의료보험·고용안정·수익 배분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 간부들과 다수의 공장 임원들은 15일 오전 회동을 갖고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ABC방송은 전했다. 만약 파업이 개시되면 GM 입장에서는 지난 2007년 이틀간 경험한 파업 이후 12년 만의 파업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GM의 미국 생산이 중단되고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도 차량 생산이 멈춰설 수 있다.

GM은 미시간과 오하이오주의 대형 조립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4개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어서 노조와의 협상이 더욱 험난했다고 CNN은 분석했다. 디테스 부위원장은 14일 밤 발표한 별도의 성명에서 "GM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 노동자를 제쳐두고 기록적인 수익만 중시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GM 측은 "계속 해법을 찾고 있다"며 협상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GM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UAW와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임직원과 사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합의점에 도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노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간 9일 오전 인천 청천동 한국GM 부평 공장 안에 차량 제조 설비들이 멈춰 있다.

한국GM 노조도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앞서 진행한 부분파업과 이번 전면파업으로 3일간 생산 차질을 빚은 물량은 1만대, 매출 손실은 2000억원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추석 연휴 이후에도 사측의 변화가 없으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경영난 등을 이유로 "올해 임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GM 노사가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대립은 추석 연휴 이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GM 노사는 노조가 전면파업을 벌인 9∼11일과 추석 연휴 기간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M 본사의 압박과 한국 철수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GM 본사의 8조원 투입으로 법정관리 직전에서 살아난 이후에도 실적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2014년부터 5년 동안 누적 적자는 5조원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