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토요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신한은행 본점 15층 강의실에 10여명의 젊은 직원이 모였다.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주말 출근이었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유튜버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강의실에 모인 직원들은 두 시간여에 걸쳐 유튜버 교육 전문 강사에게 유튜브 콘텐츠 기획과 영상 촬영 등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신한은행은 10명의 직원 유튜버를 육성하겠다고 지난 7월말 발표했다. 은행이 광고·홍보대행사를 통해 유명 유튜버를 섭외해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은행 직원을 직접 유튜버로 키우겠다고 나선 건 드문 일이었다. 주말 출근까지 해가며 유튜버 수업을 들은 이들이 이때 선발된 직원 유튜버들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선발된 직원 유튜버들은 이달 말까지 유튜버 교육 전문 강사의 실습 교육을 듣고 개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킷스튜디오의 고지현 대표가 지난 7월29일에 진행된 신한은행 인플루언서 공식 창단식에 참석해 유튜브 트렌드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가 청년층을 넘어서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으면서 은행들도 유튜브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는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긴 시간 동안 이용하는 앱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유튜브 이용시간은 460억분으로 카카오톡(220억분), 네이버(170억분)를 합친 것보다 길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의 유튜브 이용시간 2500분으로 가장 길었는데, 20대(1882분), 50대 이상(1206분)도 적지 않은 시간을 유튜브에 쓰는 등 나이에 상관없이 고르게 인기를 얻는 모습이다.

유튜브가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인기를 끌면서 은행들의 유튜브 활용법도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TV 광고처럼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섭외해서 영상을 찍어 올리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유로운 소통과 실시간 참여를 기반으로 한 유튜브의 특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은행의 유튜브 마케팅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유명 연예인 대신 은행원이 직접 등장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게 최근의 특징이다.

시중은행 중 유튜브 마케팅으로 가장 재미를 본 건 NH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다. NH농협은행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30만4559명(9월 10일 기준)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고, 국민은행은 유튜브 채널 조회수가 6572만5234회로 가장 많다. NH농협은행은 이대훈 행장이 직접 유튜브 마케팅에 힘을 실으면서 지난해부터 구독자수가 빠르게 늘었고, 국민은행은 홍보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이나 박찬호 같은 유명인을 활용한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조회수가 많다.

상대적으로 유튜브 마케팅의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농협은행이나 국민은행과는 다른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은행원이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를 통해 소소하지만 친근하게 접근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원이 직접 출연해 은행 생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5분 안팎의 짧은 분량으로 들려주는 '은근남녀썰'이라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영상마다 조회수가 3만~4만회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은행원이 추천하는 재테크 꿀팁, 은행원의 자소서 비법, 은행원 워라밸 등 소소한 주제를 주로 다룬다.

신한은행도 은행원이 직접 출연하는 '신한인 TMI' 같은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이런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자 신한은행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직원 가운데 10명을 유튜버로 선발했다. 이들은 신한은행을 소개하는 영상이 아닌 은행원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 지점 근처 맛집들을 소개하는 먹방 콘텐츠나 육아 생활을 보여주면서 신한은행의 워라밸 제도를 언급하는 식이다.

우리은행 유튜브 콘텐츠 ‘은근남녀썰’.
신한은행 유튜브 콘텐츠 ‘신한인 TMI’.

지난 7월 29일 열린 직원 유튜버 발대식에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유명 유튜버 킴닥스, 유튜브 콘텐츠 제작업체인 킷스튜디오의 고지현 대표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진 행장은 발대식에서 "직원 유튜버들이 "전문성을 갖춘 크리에이터로 성장해 다양한 주제로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신한은행과 고객을 연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유튜브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이나 네이버포스트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가 정체 상태인데 비해 유튜브는 이용자나 이용 시간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유튜브만큼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 없다는 게 내부적인 평가"라며 "유명인이 나오는 화려한 영상보다 은행원이 직접 출연해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더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