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극과 극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달 대전 집값은 전월보다 0.77% 오르며 2001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충북 청주는 전월보다 0.36% 떨어졌고, 세종은 0.08% 하락했다.

충청권에선 이런 온도 차가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한동안 이어졌고 최근 지역 간 시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올해 8월말 까지 약 2년간 월간 주택 가격 변동률 추이를 살펴보면, 대전은 작년 5월과 6월을 제외하곤 2년간 매월 줄곧 집값이 상승했다. 세종은 2017년 1월부터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다 올해 2월부터 7개월간 하락 중이다.

대전시 유성구 도안신도시 5블록 '트리풀시티' 전경.

반대로 이 기간 충북 청주는 매달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충남 지역은 집값이 전주 대비 소폭 오른 2017년 9월, 10월을 제외하곤 매월 꾸준히 하락했다. 2017년 1월만 보더라도 충청권 매매가격지수는 충남(100.4)이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충북(100.2), 대전(98.7), 세종(96) 순이었는데, 2년 6개월이 넘게 흐른 올해 8월 현재는 대전(104.8)이 선두로 올라섰고 이어 세종(100.3), 충남(96.7), 충북(94.9)순으로 재편됐다.

특히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서 SK의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뒤로 21만8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청주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더불어 확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지역은 반등없이 하락세만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 인구를 빼앗기면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입주 물량마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청주 지역 입주 물량은 2017년까지 연평균 입주 물량이 5000가구를 밑돌았으나, 지난해 1만4000가구, 올해 7000가구로 늘었다.

대전과 세종시 주택 시장은 또 한번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2012년 세종시 출범으로 대전 인구가 세종으로 빠지면서 한 차례 주택 시장이 크게 위축됐는데, 다시 대전으로 유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는 단기에 주변 주택 수요를 빨아들이며 주택 가격 상승 흐름을 이어갔는데 올해 들어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개발과 규제에 따른 각종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주택 가격 급등과 높은 상가 공실률이다. 세종시 상가 공실률은 32.1%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도시 건설 초기 과도기적인 현상이란 분석도 있으나, 인구에 비해 많았던 공급과 비싼 분양가가 높은 공실의 원인으로 꼽힌다. 세종시로 유입된 인구에 비해 상가 점포가 지나치게 공급됐다는 원인도 있다.

이와 달리 최근 대전 집값은 부쩍 뛰었다. 세종시 조성 영향으로 2012년 당시 신규 공급이 전국에서 가장 적은 2700가구에 그칠 정도로 대전은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최근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재개발과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도시철도 2호선 트램건설과 같은 지역 개발 사업도 호재가 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 114리서치팀장은 "청주는 내년 입주물량이 1만2000가구에 달하는 등 공급 부담에 따른 가격 약세가 예상되는 한편, 세종시는 집값이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대전은 앞으로 1~2년 수급을 고려하면 가격 하락 요인은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