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발주 감소에 이어 선박 가격까지 내려가면서 조선업계는 ‘2중고’를 겪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보다 4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발주액은 23.2% 줄어든 29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선박 발주가 줄어든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 선박 발주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선박 가치평가기관인 배슬스밸류(VesselsValue)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지난 8월까지 단 2척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0여척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이 중국에 LNG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카타르로부터 수주해 건조한 LNG선.

지난 5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9월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무역분쟁의 여파로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선박 금융을 조달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 발주량 급감으로 수주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48억달러(잠정치)를 수주하면서 올해 수주목표(159억달러)의 30%를, 대우조선해양은 27억8000만달러를 수주하며 목표(83억7000만달러)의 33.2%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만 42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치(78억달러)의 절반가량을 채웠다.

발주 감소는 선박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박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는 7월 말 기준 130으로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초대형 유조선(VLCC)은 9300만달러에서 9250달러로 내렸고, 1만3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도 1억1150만달러에서 1억1100만달러로 하락했다. 2만1000TEU급은 올해 초 1억4900만달러에서 최근 들어 1억4600만달러로 내렸다.

조선사들은 올해 하반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 발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최근 LNG선 40척 발주를 위한 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미국 에너지업체 아나다코(Anadarko)는 모잠비크 LNG 개발 프로젝트 최종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3분기에 LNG선을 발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