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빠진 국내 양대 항공사가 잇따라 국내선 화물 운송을 중단하고, 국내 여객 노선까지 감편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각각 1015억원, 124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적자 노선인 국내선 여객·화물 서비스부터 구조조정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항공업계 한 임원은 "그동안 항공사들은 지역 주민의 복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적자를 보면서까지 노선을 유지해왔다"면서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국내선 서비스를 유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감편 대상이 된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청주·대구·광주 공항 화물 서비스 중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국내선 대구·청주·광주공항에서 화물 판매와 운송, 터미널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두 회사 모두 "수익성 강화를 위한 화물 사업 구조조정 일환"이라고 노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지금까지 이 공항들에서 화물 서비스는 국내 여객선을 운항할 때 화물칸을 활용해 물품을 실어나르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화물 운송 서비스 중단은 국토교통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다음 달부터 지방의 일부 공항에서 화물 서비스를 중단한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이 비행기에 화물을 싣는 모습.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 운송 서비스에는 공항 이용료와 직원 인건비, 예약 시스템 운영비 등이 고정적으로 들어간다"면서 "최근 화물량이 계속 줄고 인건비는 오르면서 유지비가 화주로부터 받는 운송비보다 더 많은 상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대구공항은 지난해 국내선 화물 처리량이 1만5889t으로 2017년 대비 8.3% 감소했고, 청주공항(13.6%)과 광주공항(7.2%)도 줄었다. 서비스 감축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국내선 화물 서비스를 김포~제주 노선만 운영하고, 대한항공은 제주·부산·사천·울산·여수공항 등 9곳에서 제공할 계획이다.

대구·청주·광주 화물 서비스 중단에 제주 지역 주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와 농협제주지역본부, 양채류제주협의회 소속 지역농협은 "항공화물 운송을 중단하면 채소류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제주 농산물 경쟁력 약화와 가격 폭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화물 운송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 화물 전체 운송 규모는 5만3524t인데 중단 예고된 3개 노선 물량은 4563t으로 8.5%를 차지한다. 반면 항공사 측은 "내륙에서는 트럭을 이용한 운송망이 촘촘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에 김포나 부산 등에서 신선식품을 싣고 전국으로 배송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객 노선도 줄여… 지자체 "보조금 인상 검토"

대한항공은 지방 여객 노선 감편에도 돌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일부터 왕복 2회 운항하던 김포~포항 노선을 하루 1회로 줄였다. 포항시는 2016년 대한항공이 포항에 취항하는 조건으로 탑승률 70% 이하일 경우 운항 손실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탑승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보조금으로도 적자폭을 만회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또 하루 2회(왕복) 운항하던 김포~사천 노선도 하루 1회로 감편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년간 이 노선 누적 적자가 305억원에 달한다. 사천공항은 2000년 연간 이용객이 80만명에 육박했지만 대전통영고속도로와 고속철도(KTX) 개통 등으로 지난해 이용객이 18만3000명까지 줄었다. 현재 경남도를 비롯한 인근 8개 지자체는 대한항공에 지원하는 손실 보조금(연간 1억원) 인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지역 주민 편의, 노선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자체와 협의 후 감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사들은 수년 전부터 노선 감축 정책의 하나로 일부 공항에서 국내 화물 서비스를 중단해 왔다"면서 "지방 여객 노선도 김포~제주를 제외하면 그동안 억지로 띄워왔는데 2분기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더는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