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맞벌이 가구 증가에 차례 간소화
차례상에도 가정간편식·명절 도시락 인기
유통업계, 제품군 강화...명절 세트 배달까지

전라남도 광양에 사는 이모(58)씨는 올해 처음 가정간편식을 사서 차례상을 차리기로 했다. 어머니와 아내, 자녀들 외에 동생이나 다른 친인척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형식상 차례를 지내긴 하는데 명절에 다들 고생하는 것 같아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며 "명절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을 것 같아 사기로 했다"고 했다.

6년 전 결혼한 구은경(36)씨는 시댁에서 차례를 지낼 때 너비아니, 동태전, 동그랑땡 등 간편식을 사용하고 있다. 구씨는 "처음에는 산적만 간편식으로 사고 나머지는 직접 만들었는데, 모양과 맛이 나쁘지 않아 2년 전부터 구매목록이 늘었다"며 "일하는 시간이 줄어 명절 부담이 덜 하다"고 말했다.

명절을 간소하게 지내는 가정이 늘면서 간편 가정식(HMR)이 차례상을 점령하고 있다. 1인 가구나 혼자 명절을 즐기는 ‘혼명족’은 명절 당일에도 즉석조리 식품이나 도시락을 찾기도 한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관련 상품 수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 피코크 제수음식.

6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추석 전(2주 전 기준) 간편식을 구매하는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 즉석밥은 지난 9년간 구입액이 약 39% 늘었고, 소고기 가공품과 즉석·냉동식품도 각각 63%, 52% 증가했다.

손이 많이 가는 즉석 전이나 송편 HMR이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동그랑땡·완자·전 류의 판매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는 매출이 344%나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HMR 송편 매출이 30%, 전 매출이 22% 증가했다.

명절 당일 즉석조리 식품 판매도 늘고 있다. GS수퍼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당일 즉석조리식품 매출은 전년도 추석 대비 48% 늘었다. 올해 설에는 전년도 설 대비 194% 증가했다. 특히 모둠전, 옛날통닭, 새우튀김 등이 5위권 안에 자리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명절용 간편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 제수음식을 지난 2014년 6종에서 현재 40개 품목까지 늘렸다. 2014년 4억5000만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4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17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도 올 추석 HMR 자체브랜드(PB) 제품 물량을 전년 대비 20% 이상 늘렸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25일부터 한 달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명절 상차림용 HMR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가량 증가했다.

통째로 차례상을 판매하기도 한다. 더반찬은 쇠고기 산적부터 조기찜, 나물, 과일 등 16가지 음식을 한번에 받을 수 있는 ‘더반찬 프리미엄 차례상’을 25만원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전, 나물, 갈비, 김치류 등 9가지 품목으로 이루어진 ‘한상차림’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4인용은 24만9000원, 2~3인용은 17만9000원이다.

더반찬이 판매하는 프리미엄 차례상 상품.

편의점들도 추석 도시락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돼지고기와 모둠전, 잡채, 나물 등으로 구성된 명절 도시락을 선보인다. 9개의 찬으로 구성된 GS25의
'한상가득도시락'은 5900원, 7개의 반찬과 찹쌀경단까지 들어있는 세븐일레븐의 '한가위 도시락'은 4900원이다.

김준휘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상품기획자(MD)는 "최근 3년간 명절 도시락 매출은 두자릿 수로 증가했다"며 "업계에서도 이를 고려해 전, 불고기 등 명절 음식을 담은 간편식을 정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