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5% 올라 근로소득세 12.4%, 부가세 7.6% 증가 전망
해외 IB, 내년 성장률 전망치 2.1~2.3%…"정부, 너무 낙관적"

정부가 2020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43조9000억원 많은 513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경제성장률은 2.6%, 물가상승률은 1.5%로 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경제가 완전히 정상적인 상황일 때를 가정한 것으로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경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년도 경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세수결손(예산안 작성 당시 전망보다 실제 세수가 적게 걷히는 것)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예산안’ 내 ‘세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성장률이 2.6%로 올해 전망치(2.4~2.5%)보다 0.1~0.2%포인트(P)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로 예상했다. 또 취업자 증가폭과 명목임금 상승률이 올해와 같은 수준인 20만명, 4.1%로 각각 예상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전망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을 전제로 예산안을 짰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연 2.6% 정도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생산능력을 최대로 발휘했을 때 성장률)로 보고 있다. 또 1.5%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가계와 기업의 수요가 회복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했다. 농산물·유가 하락이란 일시적 요인에다 총수요(가계 ·기업 등 경제 전반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을 때, 세수가 덜 걷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수 결손이 대규모로 발생하면 그만큼 적자국채 발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2020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당초 계획인 60조2000억원어치보다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행, 연구기관, 투자은행(IB) 등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낮췄다. 한은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해외 투자은행(IB)의 전망치는 더 낮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2.3%로 예상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전망치는 2.1%에 불과하다.

세수 결손은 특히 소득세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는 2020년 근로소득세수가 41조8300억으로 올해(37조2000억원)보다 12.4%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6000억원 규모다. 또 양도소득세도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14조2000억원)보다 18.4% 늘어난 16조8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경기 둔화가 계속될 경우 근로소득세가 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근로소득세는 주로 고소득자가 내는데, 이들의 소득은 수출 대기업 실적의 영향을 받는다"며 "올해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업황이 좋지 않아 소득세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6년 현재 소득 상위 10%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5%를 낸다. 명목임금 상승률이나 취업자수 증감 가정이 무리할뿐더러, 기재부가 설명변수로 삼는 이들 지표가 실제 근로소득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2020년 법인세 세수가 올해(79조3000억원)보다 18.7% 줄어든 64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봤다. 기재부는 "2019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1% 줄었다"며 "2019년 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에 납부하는 법인세수는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부터 법인세 세수 전망에 기업 영업이익 자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부가가치세에서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부가가치세는 대개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만큼 증가한다.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전망치를 밑돌면 그만큼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재부는 "민간 경상 소비가 늘어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몫을 합친) 전체 부가가치세수는 전년 대비 7.6%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에 부가세에서 지방정부에 돌아가는 지방소비세 비율이 21%로 올해(15%)보다 6%P 올라가도, 세수 증가가 7.6%에 달해 중앙정부 세수는 1000억원(0.2%)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기재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