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상장 회사 수가 30개월 만의 최저치로 감소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 등의 여파로 투자 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한 탓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글로벌 경기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실적 전망이 불확실한 대형주 위주로 팔아치우면서 주가와 시가총액이 쪼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 정보 분석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1조원(상장 예정 주식 포함) 이상인 상장사 수는 코스피 152곳, 코스닥시장 21곳 등 총 17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월(181곳)보다 8곳 줄어든 것으로 2017년 2월(172곳) 이후 최저치다. 미·중 무역 분쟁 격화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해 10월(179곳)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시총 '1조 클럽' 멤버 수는 올해 2월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왔다. 지난 2월 200곳이었던 시총 1조원 이상의 상장사 수는 3월과 4월에 199곳, 5월 196곳, 6월 193곳, 7월 181곳으로 줄었다. 올 들어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대두된 데다 이 여파로 국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8월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코스피지수는 2.88%, 코스닥지수는 3.21% 하락했다. 코스닥의 경우 임상시험 실패 등 각종 악재에 바이오 대장주들이 급락한 여파도 있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시장에서 1조 클럽 멤버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직전 최저치인 2017년 2월에는 코스피 상장사 161곳, 코스닥 상장사 11곳이 1조 클럽에 포함됐다. 이와 올해 8월을 비교하면 코스피시장에선 9곳이 줄었고, 코스닥시장에서 10곳 늘어났다. 코스닥의 경우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시총 1조원이 넘는 상장사가 늘어난 반면 코스피는 반대로 그 수가 줄어든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리스크와 정책적 변수 등 불확실성 확산으로 투자자들뿐 아니라 기업들도 신규 투자를 미루고 대신 안정적인 현금 자산을 보유하려 하고 있다"며 "기업 투자 위축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면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회피하고 주식시장이 힘을 잃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