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탑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애플 랩탑 ‘맥북’ 관련 토론은 단골 주제입니다. 한쪽에서는 맥북에 맥OS(운영체제)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 OS ‘윈도’를 깔고 쓰는 이용자들에게 "실리가 없고 겉멋만 들었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윈도를 쓸 거면서 왜 비싼 맥북을 샀냐는 겁니다. 하지만 "음악이나 디자인하는 사람들에게 맥북만 한 건 없지만, 윈도에 초점 맞춘 한국 온라인 컴퓨팅 환경이 문제"라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애플의 랩탑 ‘맥북 프로’.

‘패러렐즈’가 지난달 27일 맥북에서 윈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 ‘패러렐즈 데스크톱 15’의 국내 출시를 밝히면서 최근 이런 토론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5는 기존에 실행되지 않았던 여러 윈도 프로그램과 게임들을 실행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사용이 불편했던 점들도 대폭 개선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8월 기준 PC OS 시장에서 윈도 점유율은 87%에 달합니다. 맥OS는 7.5% 수준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컴퓨팅 환경은 주로 윈도에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맥북 이용자가 국내에서 은행업무·쇼핑몰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맥OS에서는 키보드보안프로그램 등의 지원이 안 돼 마우스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기도 합니다. 일부 관공서 홈페이지에서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컴오피스의 한글 문서 파일 ‘HWP’ 파일을 편집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맥북 이용자는 맥OS를 윈도와 같이 쓰거나, 편리를 위해 윈도만 쓰는 경우가 생깁니다.

패러렐즈에 따르면 패러렐즈 데스크톱 이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MS 인터넷 익스플로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맥OS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플러그인’을 설치해야하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입니다. 22개의 주요 공공웹사이트에서는 지난 달 12일 플러그인 없이도 맥OS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조치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홈페이지에서 맥OS 사용자가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플러그인 설치가 필요합니다.

플러그인은 인터넷 브라우저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PC에 별도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PC 기능을 확장시켜주지만, PC 속도 저하의 주 원인으로 꼽힙니다.

애플 로고가 들어가면 가격이 489달러(약 59만원)에 달하는 비싼 주전자(오른쪽 상단)라도 ‘혁명’ 소리를 듣는다는 내용으로 애플 팬을 비꼰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이런 불편함 때문에 맥북 이용자는 "겉멋이 든 탓에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비싼 맥북을 쓴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고사양 랩탑인 ‘맥북 프로 15인치’의 가격은 300만원에 달합니다. 같은 사양의 타사 랩탑의 경우 2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애플을 필요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인 ‘애플 팬보이(Apple fanboy)’는 많이 알려진 단어입니다.

하지만 맥북 이용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합니다. 대학생 A(24)씨는 "음악이나 디자인 혹은 개발 작업하는 학생들에게 맥OS가 좋다고 하지만, 일반인에게도 좋다"며 "특히 윈도에서는 4~5번 걸리는 절차가 맥OS에서는 1~2번이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해지면 어느 OS보다도 편리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음악·디자인·개발 관련 종사자들에게 맥OS는 필수적인 OS로 꼽힙니다. 관련 업무에 최적화돼 있고, 맞춤형 소프트웨어(SW)가 많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 B(34)씨는 "대학생이 막 됐을 때 애플이 좋아서 맥북을 산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쓰다보니 디자인 업무에 맥북이 최적화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디자인 업무를 하는데 타사 제품은 불편해서 못 쓴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전자정부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UN(유엔)이 지난해 실시한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온라인 참여부문 공동 1위(덴마크·핀란드), 전자정부 발전부문에서는 종합 3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다만,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맥OS 이용자 같은 소수를 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 교수(전 한국정책학회장)는 "공공 웹사이트 등 전자정부 부문에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여러 융합기술을 접목시켜서 에러를 줄여야 한다"며 "웹사이트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부서가 이를 실시간 공유해서 시행착오를 줄여야하는데 OS가 다르다고 호환이 안되면 안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