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 버렐(Tomer Barel) 페이스북 부사장이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리브라'의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버렐 부사장은 "한국에서도 (리브라)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라며 "한국에서 전자지갑 외에도 리브라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렐 부사장은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에서 열린 '미래 금융을 향한 도전(Challenges to Future Finance) 국제 콘퍼런스'에서 리브라를 활용한 전자지갑 솔루션에 대해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에서 리브라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버렐 부사장은 리브라가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비용 부담 때문에 은행계좌가 없어서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인구가 17억명에 달한다"며 "하지만 17억명 가운데 10억명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리브라는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금융정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데이터 처리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이 지난 6월 야심차게 발표한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는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혀 사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국 금융당국은 리브라가 돈세탁이나 테러자금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페이스북에 발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각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먼저 받겠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한국의 금융 규제기구인 금융감독원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직접 찾아와 리브라를 알린 것이다. 사실상 ‘리브라 세일즈’를 한 셈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버렐 부사장은 "리브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며 "현재 28개 기관이 리브라를 공동개발하고 있고 사업 초기에는 참가 기업 수를 100개로 제한하려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렐 부사장은 리브라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프라이버시와 금융정보를 칼리브라(페이스북 계열사) 안에만 보존되게 할 것"이라며 "리브라 코인의 가치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버렐 부사장은 "한국에서도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리브라를 기반으로 전자지갑 외에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페이스북 외에도 아마존 금융부문과 마이크로소프트, 블룸버그 등 글로벌 기업이 참가해 첨단기술을 접목한 미래금융 서비스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