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급 측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수요 부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기와 직결되는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까지 5개월째 1%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표는 외식물가와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요금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그만큼 민간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1.8% 상승했다.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015년 1.9%였다가 2016년 2.7%, 2017년 2.5%, 2018년 2.5% 등 3년 연속 2% 중후반대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이 지난해(16.4%)에 이어 올해도 10.9% 올라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개인서비스 물가는 되레 1%대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빈 점포에 임대를 알리는 광고가 붙어 있다.

개인서비스는 집세, 공공서비스와 함께 서비스 물가로 분류된다. 짬뽕, 탕수육, 돈가스, 학교급식비, 구내식당 식사비 등 외식물가에 더해 공동주택관리비, 각종 학원비, 가사도우미료, 대리운전이용료, 택배이용료, 영화관람료 등의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다. 자영업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인건비 비중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개인서비스 물가가 둔화됐다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를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외식서비스 물가는 1.7% 올랐고 외식 외 서비스 물가는 1.9% 올랐다. 특히 외식 외 서비스 물가에 수요부진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서, 전체 79개 품목 중 2% 미만 상승률을 보인 항목이 40개에 달했다. 외식 서비스의 경우 전체 39개 품목인데, 학교급식비가 40.9% 하락한 게 주된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이외 10개 품목의 가격 상승률도 2%를 밑돌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올랐음에도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개인서비스 물가가 오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위축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고용의 질이 악화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것이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개인서비스 물가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낮은 수준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요인을 제거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 8월에 전년 동월 대비 0.8% 오르는 데 그쳤다. 전년 누계로도 0.8%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1.2%)을 밑도는 것이며, 추세대로라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여파가 있었던 1999년(-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제공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요측 요인에 의해 물가의 전체 기조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과 관련해 현재의 지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대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0.0%를 기록했다. 0.0% 상승률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지면 -0.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