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 홋카이도현 공무원이 한글로 '홋카이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공항에서 입국자를 맞았다. 이들은 한국에서 출발해 홋카이도로 오는 항공기 12편 승객에게 기념품을 나눠줬다. 지난달 29일에도 일본 오키나와시는 나하공항에서 한국 여행객을 환영하고 배웅하는 행사를 가졌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대한(對韓) 소재·부품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 전쟁이 확산되면서 양국의 항공사와 공항 등 항공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국내 관광객들의 일본 여행 보이콧이 늘어나면서 한·일 항공 노선 승객이 2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로 지난달 한·일 항공 노선 승객이 20% 넘게 감소했다. 사진은 2일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일본 저비용 항공사(LCC)의 오사카행 체크인 카운터.

사스나 메르스 같은 전염병 사태를 제외하고는 이례적인 급감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방일 한국 관광객만 750만명, 방한 일본인이 294만명에 이르다 보니, 양국 관계 악화가 가장 먼저 항공업계를 타격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양국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8월 한·일 항공 노선 승객 40만명 줄어

2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항공통계에 따르면 8월 한·일 항공 노선 승객(국내외 항공사)은 작년 8월과 비교해 2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8월 항공기를 이용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승객은 188만2000여명이었는데 올 8월에는 148만4000여명으로 39만8000명이 감소한 것이다. 한·일 노선의 편당 승객 수는 172명에서 133명으로 감소했다. 한·일 항공 노선 승객은 지난 6월에는 7% 증가했는데 한·일 갈등이 본격화한 7월에는 2% 증가에 그쳤고, 8월에는 큰 폭으로 줄었다.

한·일 항공 노선 승객 급감은 LCC(저비용항공사)는 물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도 영향을 받았다. 국내 항공사별로 8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한·일 노선 승객은 각각 23%와 18% 감소했다. 최근 일본의 지방 노선을 급격히 늘리면서 일본 관광객 증가를 주도했던 LCC의 타격은 더 컸는데, 에어부산은 41%, 진에어는 39% 감소했다.

◇양국 지방 공항의 타격이 심각

한·일 항공 노선 승객 감소는 한·일 지방 공항에 집중됐다. 우리나라는 인천공항을 비롯해 전국 8곳 공항에서 일본 노선을 운영 중이다. 8월 국내 공항별 한·일 노선 승객 수를 보면 무안·제주공항이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곤 6개 공항에서 승객 수가 급감했다. 양양(83%), 청주(59%), 대구(35%), 김해(33%) 공항의 승객 감소가 컸다. 7월에는 김해·양양 공항을 제외하곤 6곳 공항에서 한·일 노선 승객이 증가했다.

일본의 지방 공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8월 한 달 승객이 가장 많았던 한국·간사이(오사카) 노선은 승객이 30% 줄었다. 또 한·일 주요 노선으로 꼽히는 후쿠오카·삿포로 노선도 각각 29%와 35% 줄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아사히카와(홋카이도) 노선은 8월 들어 항공 노선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승객은 80% 급락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사히카와, 오이타, 이바라키, 도야마, 고마쓰, 사가 등 7개 지방 공항은 한국과 항공 노선이 아예 사라졌거나 사라질 처지"라고 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한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면 약 3조3377억원의 관광 소비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로 눈 돌리는 항공사들

한·일 항공 노선 승객 감소는 8월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항공사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노선을 축소해 이를 대만과 동남아로 돌릴 계획이다. 8월 한국과 아시아 지역을 오간 항공 노선 중 일본(-21%)과 최근 시위가 잇따르는 홍콩(-13%) 승객만 감소했다. 중국은 13% 증가했고, 대만·러시아·베트남·태국·필리핀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일본 대체 노선으로 인천·클라크(필리핀), 인천·다낭(베트남), 인천·치앙마이(태국), 인천·발리(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노선을 증편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다낭 노선에 부정기편을 추가해 운항편을 주 7회에서 주 14회로 늘려 운항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