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인하 후 동결…연속 인하·원화약세 부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3년 1개월 만에 인하한 바 있다.

한은의 금리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조선비즈가 거시경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명이 동결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두 번 연속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한은이 기준 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이 마지막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 중 78명이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금통위가 추가 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취한 데는 최근의 원화 약세 흐름도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홍콩 시위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부터 1200원을 웃돌아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의 상단을 1250~1260원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원화의 유통량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극해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

한은의 역대 최저금리(1.25%)까지 단 한 차례의 인하 만이 남았다는 점도 속도조절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실효하한 금리 수준(0.75~1.00%)을 고려하면 2~3차례의 인하 여력이 있지만, 미국과의 금리격차 확대는 자본 유출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 수준은 2.00~2.25%인데,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가 유력하게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시각이 앞선다. 이달까지 수출(통관 기준)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된 데다, 연말까지 반도체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과 설비투자 부진이 심화하면 올해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말하며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금통위 본회의 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이 총재의 경기진단 발언에서 10월 금리인하를 암시하는 신호가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2명 이상일 경우 10월 인하가 유력할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