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미디어'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페이스북에 흥미를 잃어가는 이용자들을 뉴스로 붙잡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최근 "페이스북이 이르면 9월 중 선보일 유료 뉴스 구독 서비스 '뉴스탭'의 편집을 언론인 출신에게 맡기기로 했다"면서 "이를 위해 기존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에 나섰다"고 전했다. 앞서 4월 페이스북은 올해 가을부터 뉴스탭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밝히고, WP와 WSJ, ABC, 블룸버그 등 미국 내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연간 300만달러(약 36억원)의 뉴스 이용료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뉴스 온상' 비판받아

페이스북이 직접 관리하고 책임지는 뉴스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보는 뉴스는 이 회사의 자체적 뉴스 서비스가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구독(팔로)하는 언론사의 게시물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공유한 뉴스 페이지를 통해 보던 것들이다. 이는 페이스북의 AI(인공지능) 추천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어 왔다.

이용자는 페이스북의 뉴스탭 서비스를 통해 직접 원하는 언론사를 선택하고, 월 일정액의 구독료를 낸다. 구독료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중 첫 페이지에 뜨는 주요 기사를 사람이 편집한다. 분야별 기사와 추천 기사 등 나머지는 AI가 추천해 준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이는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이 뉴스 편향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스 편집에서 사람을 점점 배제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흐름"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트럼프 후보 측으로부터 "페이스북상에서 유통되는 뉴스 콘텐츠가 민주당 측에 편향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한국 대선 등에서도 "정치적 당파에 이용되는 '가짜(fake) 뉴스'의 온상"이라는 논란에 시달렸다. 이는 페이스북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페이스북 직원은 "(각종 소비와 연관된) 개인의 일상생활 글보다 뉴스 게시물이 많아지면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뉴스 없이 구글·애플과 경쟁 힘들어

페이스북은 그러나 이번에 직접 뉴스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이러한 '탈(脫)뉴스 기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포털 출신의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불편하게 해 온 뉴스 문제에 대해 사실상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의 메시지는 '(정치적으로) 중립적 뉴스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와 소원(疏遠)해서는 구글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13년부터 우수한 뉴스 콘텐츠를 발굴해 자사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언론사와 콘텐츠 구매 계약을 맺고, 유료 뉴스를 구독·판매하는 서비스를 만드는가 하면, 구글처럼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언론사를 후원한다.

이들이 뉴스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인터넷 이용자들을 자사 서비스로 끌어들여 트래픽을 일으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전체 트래픽의 약 70%가 뉴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뉴스 서비스로 거둔 광고 매출이 2357억원(2016년 기준)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왔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등은 EU의 글로벌 IT(정보기술) 업체에 대한 반(反)독점정책으로 인해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내야 할 상황이다. 미국 경제와 기업을 보호하겠다며 중국과 무역 전쟁도 서슴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