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제조사, 채식주의자 겨냥한 비건 제품 출시
해외 수출 중심 '비건(Vegan)' 라면…국내 출시는 '미미'
농심 비건 라면 해외 판매액 2년 만에 70% 증가

국내 라면업계가 채식 인구수가 많은 해외를 중심으로 '비건(엄격한 채식)'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채식 인구 수가 적은 국내보다 시장 규모가 큰 인도나 미국 등에 진출해 틈새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003230)은 최근 기존 '김치라면'을 비건 제품으로 바꿔 글로벌 비건 인증 단체인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이 제품은 '맛있는 라면'에 이은 삼양식품의 두번째 비건 라면이다.

비건 라면은 고기 뿐 아니라 수산물, 우유, 계란 등 동물성 재료를 엄격히 제외한 채식 전용 제품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채식주의자를 겨냥해 자사 인기 라면을 비건 제품으로 바꿔 재출시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비건 라면을 출시하면서 국내가 아닌 인도 시장을 첫 무대로 택했다. 이달 말부터 첫번째 비건 제품인 맛있는 라면의 판매를 인도 시장에서 시작한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40% 가량이 채식주의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채식주의자로 유명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도 지역 마트를 가보면 비건인 제품과 비건이 아닌 제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표기가 있을 정도로 비건 식품에 관심이 많다"며 "고기 성분을 뺀 비건 제품 다양화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인도 시장 진출은 오뚜기가 삼양식품보다 한발 앞섰다. 오뚜기(007310)는 작년 3월 기존 진라면을 비건 제품으로 개량한 '베지진라면'을 인도 시장에 출시했다. 1년 정도가 지났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건 라면은 출시 초기라 지난해 4억원치를 판매하는데 그쳤다"며 "현지 입맛에 맞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농심(004370)도 비건 라면의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농심 ‘야채라면’의 작년 해외 판매액은 70억원에 달한다. 2016년 해외 판매액(40억원)보다 70% 늘었다. 해외 판매액 중 40% 가량이 미국에서 나왔다. 호주도 20%를 차지한다.

왼쪽부터 삼양식품 '맛있는 라면', 농심 '야채라면', 오뚜기 '베지진라면'.

국내 라면회사들이 해외에서 비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작년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명이다. 전 세계 채식인구의 0.83%에 불과하다.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인구는 1억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현재 농심 외에는 국내에 비건 라면을 판매중인 라면 대기업은 없다. 국내 비건 라면 시장 규모는 20억원대로 추정된다. 라면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에선 새롬식품이나 애터미 같은 중소식품사가 온라인몰에서 비건 라면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