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저축은행이나 농협·신협 같은 2금융권과 거래하는 고객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신청만 하면 계좌에 설정된 자동이체 서비스를 2금융권의 다른 회사 계좌로 옮길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부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인 '페이인포(www.pay info.or.kr)'를 통해 2금융권에도 계좌이동 및 소액(少額)계좌 정리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2금융권 계좌이동 서비스는 27일부터, 소액계좌 조회와 정리 서비스는 29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2금융권까지 넓어진 '자동이체 계좌 옮겨가기'

금융거래를 하다 보면 매달 약속한 날 돈을 보내야 하는 일이 많다. 공과금, 아파트 관리비, 휴대전화나 인터넷 요금 등 종류도 많고 날짜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대다수는 은행통장에 약속한 날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 서비스를 걸어둔다. 문제는 사정이 생겨 거래하는 통장을 다른 은행이나 금융회사로 바꿀 때 생긴다. 과거에는 자동이체로 돈을 받는 회사나 기관(아파트 관리사무소, 휴대전화 회사 등)에 일일이 연락해 바뀐 계좌로 자동이체를 옮겨야 했다. 소비자로선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밖에 없었다.

4년 전 금융 당국은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권에 계좌이동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 인터넷(또는 모바일)으로 계좌에 걸린 자동이체 서비스를 다른 계좌로 한꺼번에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조치로 당시 시중은행들 사이에선 주거래계좌 쟁탈전까지 벌어졌다. 은행들이 자동이체 계좌를 바꾸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깎아주거나 예금금리를 얹어주는 식으로 경쟁을 벌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5년 10월 계좌이동제가 시행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총 2136만개의 자동이체 서비스 이전이 이뤄져 (계좌이동제가) 금융회사 간 경쟁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금융위는 올해 초 계좌이동제를 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고, 예고한 대로 27일부터 저축은행, 상호금융(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우정사업본부 같은 2금융권 금융기관 계좌도 자동이체 계좌 옮겨가기가 가능해진다. 이전까지 2금융권 계좌에 대해서는 자동이체 내역을 찾아보고(조회), 해지를 신청하는 것만 가능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동이체 계좌이동은 2금융권 내에서만 가능하고, 1금융권인 은행계좌로의 이동은 내년 5월쯤 가능해진다"고 했다.

◇소액계좌 정리·카드조회도 범위 넓어져

금융 당국은 이와 함께 금융 소비자가 2금융권의 자기 계좌를 찾아보고, 적은 돈이 남은 계좌를 편리하게 정리하는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9일 오전 9시부터는 통장 잔고가 50만원이 안 되고 1년 넘게 거래가 없었던 2금융권 계좌에 대해서는 소유자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해지해 돈을 자신의 다른 계좌로 송금하거나, 기부(서민금융진흥원)할 수 있다. 2금융권 내에서만 가능한 계좌이동과 달리 2금융권 소액계좌에 남은 돈은 은행 통장으로도 옮길 수 있다. 6월 말 현재 2금융권의 소액·비활동성 계좌는 총 5638만3000개, 잔액은 7187억원이다. 본인의 신용카드를 조회할 수 있는 금융회사도 늘어난다. 금융위는 "29일부터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수협은행, 카카오뱅크도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의 조회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내 카드 한눈에'는 본인의 카드 정보와 포인트 정보를 한꺼번에 찾아보는 서비스다.

금융 당국은 계좌이동과 통합관리 서비스를 증권사와 카드사 등 전체 금융권으로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9월부터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업무에 연결된 2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투자자 예탁금 계좌정보 조회 및 소액·비활동성 계좌 정리 서비스를 시작하고, 12월부터는 카드사의 자동납부 목록을 한 번에 조회해 필요 시 가입자가 해지·변경할 수 있는 '카드이동 서비스'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