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미중 갈등 영향…저물가 인식 만연
집값전망 상승폭 하락…분양가상한제 영향인 듯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넉 달 연속 하락했다. 소비자의 가계수입, 형편전망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출 부진과 주가 하락 등으로 가계재정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형성된 것이다. 경기둔화로 '0%대 저물가'가 지속되자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 압력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9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전월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4월(101.6) 정점을 찍고 넉 달 연속 내리막을 기록해 2017년 1월(92.4)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지역 자주통일선봉대 관계자들이 '민족자주대행진 선포 100인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사관을 향해 시위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8년 장기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한은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전국 2500가구(응답 2381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달에는 가계의 형편, 수입에 대한 전망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하락했다. 생활형편전망(89)은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해 2009년 3월(80)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가계수입전망(94)은 2포인트 내려 2009년 4월(92)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은 가계의 경제심리가 금융위기 직후만큼 악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생활형편(90), 소비지출전망(105)은 1포인트씩 하락해 현재 가계재정에 대한 인식과 지출전망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이달 크게 악화했다. 현재경기판단(63), 향후경기전망(66)이 4포인트씩 하락했는데, 향후 경기전망의 경우 2016년 12월(65) 이후 최저치다. 한은의 7월 금리인하에 이어 주요국의 금리인하 움직임에 금리수준전망(85)은 9포인트나 떨어졌다. 취업기회전망(74)도 3포인트 낮아져 넉 달 연속 하락세다.

한은 제공

이처럼 가계 재정상황과 경제상황 등 주요 구성지표가 일제히 내려간 건 대내외 경제악재가 연이어 발생한 영향이 크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수출 부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체감심리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외 여건에 불안요인이 가중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지수가 하락했다"며 "가계재정, 경기상황 지수와 관련해 올라갈 요인보다는 하락할 요인이 많았다"고 했다.

이달 주택가격전망(107)이 유일하게 상승했다. 다만 그 폭은 1포인트에 그쳤다. 지난 3월 이후 7월까지 넉 달 동안 23포인트나 올랐는데, 이달 들어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소비자동향조사 시기가 지난 12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발표한 이후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정책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경제심리가 악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 압력도 최저치로 낮아졌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 인식과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씩 하락해 2.1%, 2.0%로 집계됐다. 지난 4월에 이어 넉 달 만의 하락으로 각각 한은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1월, 200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