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개선제의 일종인 필러를 만드는 휴메딕스는 최근 '아미노 포텐셜 마스크'라는 마스크팩 신제품을 선보였다. 제품에는 필러의 주(主)성분인 히알루론산이 포함됐다. 피부 아래 주입하는 필러는 주름을 펴는 역할을 하며, 이 성분을 피부에 바르면 보습 효과가 있다. 의약품 효과를 활용한 화장품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2년 전부터 필러 성분을 활용한 30여 가지 신제품을 선보였다"며 "지난해에만 화장품 사업은 매출 30여 억원을 기록한 효자 부업(副業)"이라고 말했다.

휴메딕스의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더마 엘라비에.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의약품 개발·생산으로 얻은 기술력을 활용해 화장품 사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의약품 성분을 넣은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런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라는 신규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한 신조어다. 국내 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화장품 시장(약 13조원)의 4% 수준이다. 의약품 성분으로 입증된 성분을 쓰다 보니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 앤드 뷰티 스토어 '랄라블라'에 따르면 올해 1~7월에 코스메슈티컬 상품 매출은 동기 대비 83% 늘었다.

40여 제약·바이오社 화장품 진출

동화약품 활명, 동국제약 센텔리안24

제약업계는 최근 2~3년 새 제약·바이오사 40여 곳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미 보유한 의약품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화장품 시장 진입이 수월하다. 대표적 제품이 동국제약이 내놓은 마데카크림이다. 상처 치료제로 잘 알려진 마데카솔의 주 원료로 만들었다. 동국제약은 아예 '센텔리안24'라는 화장품 브랜드도 내놓았다. 소화제 까스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은 활명수에 쓰는 5가지 생약 성분을 포함한 스킨케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줄기세포를 연구 개발하는 차바이오텍은 노화 방지 크림과 같은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큐티젠랩은 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을 내놓았다.

반대로 화장품 회사들은 제약 기술 확보를 위해 제약·바이오 업체들과 손잡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빅2'인 LG생활건강이 2년 전 제약업체 태극제약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태극제약이 올 초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에도 좋은 크림과 로션을 내놨는데 여기엔 태극제약과 LG생활건강의 노하우가 활용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와 화장품 회사의 노하우가 합쳐지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신개념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인 한국콜마는 지난해 제약사인 CJ헬스케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소 업체는 유통망 확보 어려워

실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화장품 부문에서 매출을 약 540억원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화장품 비율이 16%다. 일동제약은 유산균 성분이 들어간 마스크팩이 성공을 거두며, 올 상반기에 화장품 매출이 9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중소 제약 업체는 대부분 섣부르게 진출했다가 가시적 매출 성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은 제품 효능 못지않게 브랜드 파워와 현장 유통망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소 제약 업체 대다수는 매출 대부분을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 방식에서 얻고 있다. 새로운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중소 제약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기능성을 강조해도 중소 제약 업체 브랜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낯선 제품에 불과하다"며 "막대한 자본력으로 이미지 마케팅을 벌이는 대형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을 합성한 신조어. 화장품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말한다. 미백이나 주름 개선 같은 기능성 화장품에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