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20년 1월 1일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황산화물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감축)가 발효되면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고,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를 쓰는 선박 발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LNG 연료 추진선은 황산화물 배출량을 100% 가까이 줄일 수 있는데 국내 조선사들이 LNG 추진선 제조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처음 건조한 LNG 연료추진선(사진 오른쪽)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LNG 벙커링 선박(사진 왼쪽)으로부터 LNG를 공급받고 있다.

조선업계에 이런 변화가 감지된 것은 삼성중공업의 원유운반선 10척 신규 수주 발표 이후부터다.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LNG를 연료로 한 원유 운반선 10척을 7513억원에 수주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LNG 연료공급 시스템인 'S-Fugas'가 적용돼 디젤유보다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5%, 이산화탄소 배출을 25%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그간 대형 선주사가 전용선 운영에 사용할 여러 선박 중 1~2척을 LNG 추진선으로 발주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처럼 발주 물량 전체를 LNG추진선으로 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선사들은 뚜렷한 기술 방향이 정해지기 전까지 관망해왔다. 그러나 규제 시행을 4개월 앞두고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IMO 2020 규제를 피하려면 선사들은 배의 연료를 LNG로 통째로 바꾸든지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규제를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선을 건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LNG 추진선을 짓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비용 때문에 일부 선사들은 일시적인 대응책인 스크러버를 고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화물 적재 공간이 줄고, 연비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스크러버가 결국엔 오염물질을 해양에 배출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확실하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LNG 추진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코트라는 오는 2025년엔 세계 신조발주 선박시장의 60.3%(1085억달러)를 LNG 연료추진선 시장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주들의 입장에서는 LNG추진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LNG 가격이 낮아졌고 IMO의 추가 규제에 대응이 용이하다"고 했다.

LNG 추진선 확대는 한국 조선소에 희소식이다. LNG 추진선은 LNG선과 기술 적용범위가 거의 똑같다. 한국 조선소는 LNG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LNG선 수주 잔량 140척 중 73%인 102척을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했다.

이 연구원은 "부가가치가 낮아 중국 조선소에 수주 물량을 빼앗겼던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등도 LNG 추진선이 적용되면 (선주 입장에서) 발주 조선소를 다시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LNG 추진선 시장이 개화되면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