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원짜리 버거 내세운 노브랜드버거…하루 1500명 찾아
대기 시간만 30분…패스트푸드 아닌 슬로우푸드?
인근 맥도날드⋅롯데리아 매장 가보니 3분 만에 버거 나와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문제…노브랜드 '착한 가격' 전략 유지될까

"햄버거 나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서울 홍익대 인근에 위치한 노브랜드버거 매장 안 모습.

지난 23일 오전 10시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노브랜드버거 1호점. 평일 오전이었지만 새로 나온 햄버거를 먹어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1900원짜리 노브랜드버거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선 10여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다. 문을 연 직후에 방문했는데도 햄버거를 받는 데 30분이나 걸렸다. 햄버거를 주문한 오전 10시 16분 현재 주문 건수는 총 115개였다. 개점 16분만에 100명이 넘는 손님이 입장해 주문을 한 것.

노브랜드버거 관계자는 "어제(22일)는 1500명 넘는 손님이 왔다"며 "오픈 첫날인 19일 500명이 다녀간 후 ‘가성비 버거’라는 입소문을 타고 방문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격은 잡았지만 대기 시간이 문제

노브랜드버거는 신세계푸드(031440)가 기존 '버거플랜트'를 리뉴얼한 신규 버거 브랜드다. 버거플랜트 때 보다 패티 두께를 20% 가량 늘리는 등 품질 요소를 높이는 대신 가격은 낮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신세계푸드 모회사인 이마트의 '노브랜드(No Brand)'를 이름으로 사용해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노브랜드버거 그릴드 불고기버거(왼쪽), 맥도날드 불고기버거(가운데), 롯데리아 데리버거(오른쪽).

매장에선 총 11가지 종류의 버거를 판매한다. 버거 가격은 1900~5300원이다. 가장 싼 제품은 1900원짜리 '그릴드 불고기' 버거다. 'NBB시그니처(3500원)' 버거와 함께 이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다. 노브랜드버거가 가성비 버거로 불리는 이유는 가격에 비해 재료 품질이 높기 때문이다. 버거 패티에 호주산과 국내산 소고기를 섞어 사용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패티는 신세계푸드 음성 공장에서, 채소는 이천 공장에서 만들어 공급한다"며 "대규모 자체 식자재 공장이 있어 재료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매장에서 맛을 본 사람들은 예상보다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문제는 대기 시간이었다. 주문 후 햄버거가 나올 때까지 30분 이상 걸렸다. 매장 직원들도 "대기 시간이 좀 걸리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인근 대학원생 박모씨는 "어제 점심에 왔는데 50분쯤 기다리다 그냥 돌아갔다"며 "오늘은 햄버거를 빨리 받기 위해 좀더 일찍 방문했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동료들과 나눠 먹으려고 잠깐 들렀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 그냥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9월말 문을 열 예정인 삼성동 코엑스 내 노브랜드버거

이날 비슷한 시각 노브랜드버거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맥도날드에서도 불고기버거를 주문해 봤다. 주문부터 제품 수령까지 정확히 3분이 걸렸다. 가격은 2000원으로 노브랜드버거보다 100원 비쌌다. 인근 롯데리아에서 시킨 데리버거(2300원)도 햄버거를 받는데 3분가량 걸렸다.

버거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패스트푸드 매장 일일 방문객은 1000명을 넘는 경우가 많다"며 "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속도가 생명이라 주문 후 5분을 넘기지 않기 위해 노하우가 축적돼 있고 자동화 장비 등 기계화 설비 투자가 많이 돼야 한다"고 했다.

◇ 노브랜드,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 어떻게 견디나

일각에선 임대료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를 통한 ‘착한 가격’ 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착한 가격을 내세운 노브랜드버거 1호점이 위치한 홍익대 인근은 유동 인구가 많아 임대료가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1년 사이 서울시에서 상가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기도 하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현재 홍대·합정 상권 임대료 상승액이 전년 4분기 대비 22.58% 상승해 서울시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았다. 2017년 4분기 홍대·합정 상권의 임대료 상승액은 제곱미터(㎡)당 5만5800원이었지만 작년 4분기에는 6만8400원까지 올랐다.

2호점(삼성동 코엑스)과 3호점(논현동)도 다음 달 강남 지역에서 오픈을 앞두고 있다. 강남 지역도 임대료가 비싼 지역 중 하나다.

홍대 노브랜드버거 매장에서 직원들이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

현재 노브랜드버거 매장에는 1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정규직인 점장을 제외하면 9명이 일용직이다. 이들의 시급은 8520원으로 법정 최저시급(8350원) 대비 170원 많은 수준이다. 주문 대기 시간 단축을 위해선 추가 인력 고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갈수록 임대료와 인건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유지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유통사 관계자는 "버거 프랜차이즈 가격 할인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브랜드의 가격 경쟁력 지속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