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인데, 완전 카페 같네요."

23일 문을 여는 경기도 김포 마송택지개발지구 'e편한세상 김포 로얄하임' 모델하우스를 미리 둘러본 한 방문객의 평가다. 이곳은 기존 모델하우스와 형태, 운영 방식에서 모두 달랐다. 건물 사방이 샌드위치 패널로 가로막힌 다른 모델하우스와 달리 입구 쪽 1층 전면부 벽면이 높이 4m가 넘는 대형 유리창으로 꾸며졌다. 실내에도 햇볕이 잘 들고 탁 트인 느낌이 든다. 방문객 대기 공간에는 긴 대형 테이블이 놓였고, 천장 곳곳에는 식물 화분이 매달려 있다. 방문객들이 커다란 유리창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상담을 기다리는 모습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끄는 카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정해진 동선 없이 오가는 고객들로 인해 내부가 혼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술관, 박물관 같은 일방통행 관람 동선도 적용된다. 최민석 대림산업 분양소장은 "카페나 미술관처럼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가 살 아파트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상담하는 기능에 그치던 모델하우스가 진화하고 있다. 카페, 미술관처럼 쾌적하게 조성된 공간에서 문화강좌, 공연이 열리고, 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 등의 신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의 장(場)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VR·IoT… 新기술 체험장 된 모델하우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을 강조하는 최근 유통업계의 트렌드는 모델하우스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문을 연 경기 광주 오포읍 '오포 더샵 센트럴포레' 모델하우스의 'VR 체험존'이 이런 예다. 관람객이 영상장치 기기를 머리에 쓰면 이 아파트의 조경과 실내체육관, 사우나 등 커뮤니티시설을 실제 걸어다니면서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달랑 조감도 그림 한 장에만 의존하던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도 자세하고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부산 진구 연지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어반파크' 모델하우스에도 바람을 내뿜어 몸에 묻은 미세 먼지를 떨어내는 '클린 게이트'를 모델하우스 내에 설치했고, 사물인터넷 기술로 조명·냉난방 등의 주거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는 '래미안 IOT 플랫폼'도 주택 모형 내부에 적용했다.

◇꽃꽂이 강좌, 라이브 재즈 공연도 열려

모델하우스는 문화·교육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추세다. 지난 5월 분양한 경기 성남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의 모델하우스에서는 사전 신청한 고객들이 전문 플로리스트 강사와 함께 꽃바구니를 만드는 플라워 클래스가 열렸다. 부산 영도구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모델하우스에서도 지난 3월 원어민과 한국인 강사가 초등생을 대상으로 미술, 창작 활동, 영어 동요 부르기 등을 하는 원어민 영어 체험 학습 강좌가 진행됐다. 지난 4월 분양한 서울 강남구 일원대우 재건축 '디에이치 포레센트' 모델하우스에서는 상담을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라이브 재즈 공연도 열렸다.

지난 5월 분양한 경기 성남 중원구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모델하우스는 방문객들이 대기하는 공간의 한쪽 벽 전면을 대형 유리창으로 내고 작은 정원을 조성해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모델하우스도 등장했다. 대전 동구 신흥동 신흥3구역을 재개발해 짓는 '신흥 SK뷰'는 지난달 문을 연 모델하우스 곳곳에 철거 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재를 사용했다. 모델하우스 입구와 내부 계단 측벽 일부를 재개발지 주택 담장에 있었던 벽돌을 활용해 꾸몄고, 안내데스크 등의 가구는 철거 현장에서 수거한 창문과 가구를 재활용했다. 이달 초 분양한 대구 동구 '신천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에서는 '종이 없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종이 상담 대기표와 종이에 인쇄한 분양 안내 등을 대신해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 알림톡 서비스와 분양정보 알림톡 서비스를 선보였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특정 지역에 공급 물량이 집중되고 분양 경기가 악화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모델하우스의 이색적인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