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전문가' 이랜드, AK플라자 구로본점 임대 검토하다 철회
서울 서남부권 치열한 경쟁, 건물 노후화에 수익성 크지 않아
영업종료 일주일 전인데도 혼란…임대 후보로 '엔터식스' 등 거론

이랜드그룹이 이달말 폐점하는 AK플라자 구로본점 통임대 방안을 검토하다 철회했다. 서울 서남권 백화점 경쟁이 심화된 데다 건물도 노후화돼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폐점을 약 1주일 남겨둔 AK플라자 구로본점 건물은 새로운 주인을 구하지 못한채 유령건물로 남게 됐다.

22일 구로역 근처에 있는 AK플라자 구로 본점에 한 남성이 들어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리테일은 내부적으로 AK플라자 구로점 건물을 통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결국 철회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중단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상권은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기 알맞다는 분석이 많았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인수합병업계에서 '재활전문가'로 불린다. 이랜드는 이전부터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나 부진 점포를 낮은 가격에 인수해 회생시키는 방식을 택해 왔다.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뉴코아, 적자 누적으로 힘들어졌던 대구 동아백화점, 올림푸스 백화점 등을 인수해 살려낸 바 있다.

2011년에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그랜드백화점의 건물과 토지를 950억원에 인수해 ‘NC백화점 강서점’의 문을 열었다. 1998년 외환위기로 공사가 70% 정도 진행되다 중단돼 개점하지 못한 곳이었다. 2010년엔 비싼 분양가 때문에 일년 반 동안 개장이 미뤄졌던 가든파이브에 NC백화점 1호점인 ‘송파점’을 내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AK플라자 구로점의 상권을 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AK플라자 구로점은 1993년 개점 당시 서울 서남권 상권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목동 현대백화점, 영등포 롯데·신세계·타임스퀘어(옛 경방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위축됐다. 내년말 여의도 파크원 부지에 생기는 현대백화점까지 들어서면 업계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22일 서울 구로구 소재의 AK플라자 1층. 내부에 폐점 안내문구가 달려 있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은 1호선 구로역과 바로 연결되는 역세권이라 위치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주요 고객인 인근 주민들의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권이 서서히 죽어갔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구로구의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은 11.4%이며, 외국인 주민 수도 4만9996명에 달한다. 한국계 중국인·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시군구 중에서도 5위권 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등 외국인 주민이 늘면서 가격대가 높은 제품이 많이 팔리지 않는 상권이 됐고 매출도 부진했다"며 "건물도 28년간 사용해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지만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AK플라자 구로점은 부동산 투자회사인 유엠씨펨코리테일이 소유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이 곳을 2009년 CR 리츠 '유엠씨펨코리테일 기업구조조정 부동산 투자회사'에 152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NC백화점 외관.

유엠씨펨코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두 군데 정도와 협상 중"이라며 "AK플라자 구로점이 8월 말 영업을 종료하지만, 계약 기간인 10월 말까지 정리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 폐점한 후에는 개별 패션업체 150곳이 이 공간을 한달간 임차해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내달 추석 이후 이른바 '깔세(보증금 없이 일정 기간의 월세를 지급하고 단기로 임차하는 방식)' 식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이곳을 임대할 잠재적 후보로는 패션쇼핑몰 운영사인 엔터식스가 거론된다. 엔터식스는 올초 롯데백화점 안양역점을 인수하기도 했다. 오는 30일 '엔터식스 안양역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엔터식스쇼핑몰 관계자는 "임대안을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확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